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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 나의 길’ - 이동순 시인을 찾아서

제 22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0년 09월 11일
↑↑ 시인 이동순 교수
ⓒ GBN 경북방송


푸르고 부지런한 숲의 정신,
이동순 시인을 찾아서 - 대담 황명강(시인)






내 열 달 때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는
어린 것이 곧 당신을 따라올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막내가
어느덧 한 갑자의 세월을 살았다.
살아서 시집을 열세 권이나 내고도 부족해서
그동안 이런저런 책을 오십 권이나 내고도 부족해서
또 시를 써서 새 시집 낼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이 부질없는 일인 줄 내 뻔히 알건마는
다음 세상에 어머니를 만나서
내가 당신을 바로 뒤따르지 않았던 까닭을
시로써 보여드리기 위해
내가 얼마나 사무치도록 당신을 그리워했던가를
책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나는 오늘도 시를 쓰고 글을 쓰는 것이다.
(2010년 발간된 이동순시선집 ‘숲의 정신’에 기록된 시인의 말)


ⓒ GBN 경북방송



황명강 :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방학이라서 어디 여행이라도 훌쩍 떠나셨으면 어쩌나 걱 정 했는데 연구실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영남대학교 캠퍼스는 소문대로 넓고 숲이 많 아서 풍성하군요.

이동순 ; 어서 오세요. 날씨가 많이 덥지요?.(반갑게 자리를 권하시며) 늘 하는 나의 일이지
요. 요즘은 청탁 들어온 논문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황명강 : 선생님은 대학교수, 시인, 평론가, 음악해설가 등 다방면에서 두루 일가를 이루셨 는데 어떤 호칭으로 불러드리면 좋을까요?

이동순 ; 당연히 시인이지요. 그러나 문학이나 학문, 대중음악까지도 서로 낯선 것들이 아니 고 하나로 이어진 연결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짚어본다면 결국 나는 외길을 걸어온 셈이지요.

황명강 : 선생님을 뵈면 먼저 축하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22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간략한 소회와 수상 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동순 : 고맙습니다. 올해로 문단 데뷔 37년째인데 개인적으로 회갑을 맞은 해입니다. 인 생을 10년 단위로 조망한다고 볼 때 회갑년은 꽤 특별한 의미가 있겠지요. 나를 새롭게 점검하고 성찰하게 되는 지점에서 문학상 수상은 큰 격려였습니다. 수상 시는 ‘발견의 기쁨’으로 지난 5월 15일 충북 옥천에서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발견의 기쁨

이동순

누더기처럼
함석과 판자를 다닥다닥 기운
낡은 창고 벽으로 그 씨앗은 날려 왔을 것이다
거기서 더 이상 떠나가지 못하고
창고 벽에 부딪쳐
그 억새와 바랭이와
엉겅퀴는 대충 그곳에 마음 정하고 싹을 틔웠을 것이다
사람도 정처 없이
이렇게 이룬 터전 많았으리라
다른 곳은 풀이 없는데
창고 틈새에만 유난히 더부룩 돋았다
말이란 놈들이 그늘 찾아
창고 옆으로 왔다가 그 풀을 보고
맛있게 뜯어먹고 갔다
새 풀을 발견한 기쁨 참지 못하고
연신 발굽을 차며
히히힝 소리 질러댔다


-시집 『발견의 기쁨』에서
(지용문학상 심사위원 중 한 명인 김남조 시인은 수상작을 두고 "시의 현장감이 좋았고 거기에 투사된 시인의 모습과 자의식의 독백 같은 것이 모두 적절히 표현됐다"고 평가했다.)


황명강 : 올해 출간된 선생님의 시선집 ‘숲의 정신’을 많은 독자들이 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 립니다. 한 번 더 축하를 드리면서 아직 만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시선집 소 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동순 :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문학인 3명(최영철 시인, 김경복 평론가, 황선 열 평론가)이 고맙게도 그동안 출간된 13권의 시집에 수록되었던 시를 선정 해 시선집이 나왔습니다. 시선집 ‘숲의 정신’이 부산에서 출간된 연유는 최영철 시 인, 김경복 평론가도 나와는 문단에서 많은 인연이 있지만 부산에 거주하는 제자 인 황선열 평론가의 주선에 의해서였지요.

◆시선집 ‘숲의 정신’에는 이동순 선생의 시 100편이 시대별로 수록돼있다. 영남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황선열 평론가는 이동순 선생과 학문적으로 오 랜 인연을 맺어왔으며 선생의 시 세계를 “그의 시는 처음부터 지금껏 줄곧 생명의 식으로,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충만하다"고 말한다. 생태적 상상력과 겸허의 미덕, 사물의 안팎을 넘나드는 사유체계를 바탕으로 쓴 시편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 충분하다.◆


↑↑ 이동순 시인 신춘문예 당선통지문
ⓒ GBN 경북방송



황명강 : 선생님의 문학적 성과는 많은 저서와 제자들을 통해서 증명되고 있는데요. 문학의 출발점은 과연 어디로부터였을까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이동순 : 다섯 살 무렵, 부친께서는 길재, 송강 정철, 황진이, 양사언 등의 시조작품을 족자 로 만들어서 벽에 걸어두셨어요. 부친의 팔을 베고 누워서 한 수씩 따라 외웠는데 당시 약 30여 편 가량의 시조를 마을 어른들 앞에서 여러 번 외웠던 기억이 납니 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내백일장에서 국어선생님 눈에 띄어 경주신라문화제 전국 학생백일장에 참가한 추억이 있어요. 거기서 서정주, 유치환, 박목월 등의 우뚝한 시인들의 모습을 직접 뵙게 되었지요. 대학에 진학해서는 김춘수 선생께 문학을 배 웠고 시집, 소설집, 평론집 등의 문학서적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대구 시내 다방을 빌려 시화전을 열기도 하면서 친구들과 문학과 세상사를 논하던 격정의 시절, 대학 졸업반이던 1973년에 동아일보신춘문예에 투고한 시 ‘마왕(魔王)의 잠’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당시 신춘문예 당선은 경북대학교에서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 자체가 대단한 소식이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팬레터가 올 정도였어요.(아득한 시간의 저쪽을 더듬는 은발의 시인, 그러나 그 눈빛은 소년의 것처럼 투명했다.)

황명강 : 대학 재학 중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셨으니 그럴만하셨겠습니다. 등단 후부터 지금까지 선생님 문학의 길은 어떠하셨는지요? 올해로 50여권의 저서를 내 셨다는 말씀을 들으며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나 최선을 다하신 삶일까요, 그 발자취를 듣고 싶습니다.

이동순 : 당시 별로 내세울 것이 없었는데 신춘문예 당선이 나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었어 요. 그러다가 대학원에 입학하고 공부와 직장(고교 교사)을 병행하던 중, 26세 늦은 나이에 군 입대를 했어요. 탄약고에 엎드려 시를 쓰면서 전쟁의 폐해와 참상 을 시작품으로 써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의 가슴을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시 창작의 의미를 확인하게 됩니다. 제대 후 28세에 안동간 호대학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년 6개월 후 청주에 있는 국립충북대 학교로 자리를 옮겼지요. 30대는 청주에서 보내고 40대로 접어들면서 현재의 영남 대학교로 왔습니다. 이제 정년퇴임이 약 5년가량 남았으니 이 캠퍼스에서 어언 20년 세월이 흘러갔네요. 시집 14권을 포함한 51권의 저서와 제자로는 박사 9명, 석사 30여 명을 배출했으니 그럭저럭 열심히 살아온 셈이지요!(환하게 웃으신다.)

황명강 : 선생님의 오늘을 있게 한 문학과 음악 속에 녹아있는 음률처럼, 선생님께는 따스 함, 예리함, 느긋함 등의 여러 모습이 느껴집니다. 어릴 적 시조를 외우게 하신 집안의 내력은 어떠했을까요? 그와 관련된 성장배경과 가족사를 들려주시겠습니 까?

이동순 : 내 고향은 경북 김천시 구성면 상좌원(上佐院)이란 곳입니다. 조부님은 대쪽 같은 성품의 독립운동가였던 일괴공(一槐公) 이명균(李明均) 선생이시고, 부친은 그 일곱 째 아드님으로 태어나셨어요. 할아버지 엄명으로 일본식 학교교육을 받지 않은 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부친은 일제 말에는 일본 고쿠라의 어느 발전소 건설현 장에 잡역부로 끌려갔다 돌아오셨고, 이 시기 고향집에 홀로 남겨졌던 어머니의 고 초가 매우 컸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1950년 음력 6월28일 북한의 인민군들이 밀고 내려와 마을을 점령할 때 마 을에서 멀리 떨어진 나실(羅實)이란 골짜기에서 온 가족이 피난살이 중에 태어났습니 다. 산후조리를 못한 모친은 몸이 회복되지 않아 고생하다가 그로부터 불과 열 달 만 에 세상을 떠나셨고, 도민증에 남겨진 사진 한 장으로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 전부였 어요. 그나마 중학교 때에 그 사진을 너무 깊이 간직한 탓으로 안타깝게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부친께서 나에게 시조를 외우게 한 것은 어머니 없이 고독한 시간을 보 내는 어린 아들이 애처로워 그처럼 자상한 배려를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 지 살아오면서 가장 아쉽고 부족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어머니가 세상에 계 시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내 성장기에 있어서 삶의 마지막 이상이자 동시 에 절망이기도 했으니 운명적으로 나의 시 쓰기는 아마도 그 지점에서 출발되지 않았 나 싶어요. 아무도 살뜰히 보살펴 주지 않는 소년기의 고독, 섬약하고 파리한 소년이 늘 애타게 갈망하던 어머니. 내 문학의 처음이자 동시에 영원한 주제는 아마도 ‘어머 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는 집안이 어려워 대구농림고등학교에 농장장학생으로 입학했지요. 늦은 시 간까지 학교 농장을 관리하며 학비를 버는 일인데, 씨앗을 뿌려 싹이 트는 과정, 성 장과 개화, 결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배웠어요.
대구농림고등은 한 세기의 역사를 지닌 학교로 도서실에는 오래된 책들이 많았는 데, 시집, 소설집을 비롯한 문학관련 서적들이 많았는데, 그 중 정지용, 김기림 선생들의 작품을 각별한 사랑으로 읽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문학이 주는 즐거움과 행 복감에 눈을 뜨기 시작했으니 아주 중요한 시기였지요. 소를 키우면서 목장을 경영하 리라던 낭만적인 꿈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됩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드디어 경북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하면서 시인 김춘수 선생님을 만나요. 그분의 영향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보냈고 수많은 습작 을 거쳐 대학 4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어요. 그로부터는 문학을 삶의 일 부로 삼고 국문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지요.



황명강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듣고 있는 제가 안타까울 정도로 애틋합니다. 선생님께 느껴지는 향기가 여러 갈래일 수밖에 없음을 이제야 알 듯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선생님의 시세계와 아울러 전 5부작 10권의 분량으로 출간한 서사시 ‘홍범도’(서울 국학자료원)에 대해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동순 : 등단 이후 교사 생활을 조금 하다가 군에 입대를 했지요. 군복무를 하면서 문학의 시대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초창기 나의 시세계는 민족분단의 아픔과 설 움을 함께 하면서 그 고통을 위로하는 데 높은 의미를 두었고 70년대, 80년대는 반 독재 이념을 수용하면서 민족사의 시간을 아프게 바라보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이를 더해감에 따라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지요. 생명론과 존재론에 바탕한 시창작이란 생물은 물론이거니와 무생물에 감추어진 생명의 진정한 아름다움까지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다음 과정은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 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단순한 영역의 확장만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깊은 탐 구심이라고나 할까요. 이를테면 한국인으로서 베트남 민중에 대한 역사적인 부채의 식 같은 것. 몽골이란 나라에 대한 한국인으로서의 본향의식 같은 것이 나를 사뭇 그곳으로 이끌어갑니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서 그동안 몽골을 무려 13번이나 다녀왔 는데 몽골에 가면 주로 자전거 여행을 많이 다닙니다. 대초원과 산악으로 이루어진 몽골은 자전거 타기에 무척 좋은 곳이지요.(이동순 시인은 2001년부터 자전거 여행 을 시작했는데 블라디보스토크, 오키나와 일주, 중국의 서안과 따롄, 해남도, 베트남 의 하노이, 깟바 섬, 두만강, 압록강, 제주도 일주, 지리산 성삼재, 설악산 미시령, 한계령 등 그동안 자전거 여행거리는 무려 1200km를 넘는다고 한다.)

서사시 ‘홍범도’에 대해서는 참으로 공력이 많이 들었습니다. 1983년부터 집필을 시 작해 ‘창작과 비평’에 3년 동안 연재를 했어요.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서는 이분의 자 료가 워낙 없는 상태라 손을 놓게 됩니다. 내가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 동 기는 1928년에 일제의 고문으로 생을 마치신 조부(이명균, 독립운동가)님의 영웅적 활동과 생애를 어릴 적부터 부친으로부터 귀에 따갑도록 자주 들었기 때문입니다. 조부님께서는 가끔 바람결에 “시인으로서의 너에게 분명 따로 할 일이 있을 것이 다.”라는 말씀을 들려주신 것 같습니다.
시로서 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독립운동사와 관련된 자료 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 무렵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1868∼1943) 의 존재성과 대면하게 됩니다. 홍범도 장군은 항일혁명가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양반 이 아닌 서민, 즉 포수 출신의 독립운동가였고, 동료들을 규합해서 독립군 활동을 주도해갑니다. 홍장군은 봉오동, 청산리전투를 선도해서 위대한 승리로 이끌었고 자 신의 아내가 일경에 체포되어 처형당하나 아들이 교전중에 전사하는 뼈저린 수난을 겪으면서도 조국독립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은 분이었어요. 한동안 손을 놓고 있 던 이 작업은 2000년 여름 미국에 한 해 동안 가 있을 때 미국 하버드대학과 버 클리대학 등지에서 독립운동사와 관련된 귀중한 자료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불철주야 노력해서 드디어 2003년 10권의 서사시를 탈고하게 됩니다. 민족서사시 ‘홍범도’의 완성으로 조부님께 대한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갚게 된 셈입니다.


황명강 : 선생님은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으로도 당선되셨습니다. 신춘문 예 당선은 한 번도 어려운데 두 번씩이나 큰 영광을 안으셨더군요. 그동안 평론가로 서도 여러 업적을 남기셨는데요. 특히 백석(白石) 시인을 연구하는 분들은 누구나 한번 쯤 선생님의 공적을 떠올리게 됩니다. '백석의 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등의 평론을 쓰셨고 1987년에 ‘백석시선집’(창작과 비평)을 펴내셨는데 그 인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동순 : 그래요. 백석 시인을 발굴하고 정리해서 우리 문학사에 복원시킨 일은 참으로 값 진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987년 11월에 이 책이 출간됐는데, 해금은 1988년 3월이었으니 어려움이 많았지요. 처음 백석 시인을 알게 된 것은 오래된 잡지 영 인본입니다. 이분의 시를 대하는 순간 눈물이 나고 작품에 매료되었어요. 그때부터 작 품을 모으고 시집 ‘사슴’에 수록된 시 32편과 분단 직전까지의 시작품을 포함해 97편 을 정리하여 수록하게 된 것입니다. 그 후 백석 시인의 애인으로 알려진 ‘자야 여사’ (본명 김영한) 와 인연이 되어 그 분이 세상을 뜨실 때가지 약 10여년 동안 각별한 교 류가 있었지요. 나의 권유로 자야 여사는 ‘내사랑 백석’(김영한, 문학동네) 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고, 백석문학상을 제정하였으며, 묻혀 있던 백석 시인의 삶의 일부가 함 께 복원되어 기뻤습니다.

ⓒ GBN 경북방송


황명강 : 이와 관련된 더 많은 이야기들은 아쉽게도 다음 기회에 다시 듣기로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대중음악과 관련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선생님의 음악 특강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가요산문집을 내시고, 라디오 방송에서 오랫동안 대중음악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적도 있으셨지요?

이동순 : 이를 가요해설 특강이라고 해야 할까? 공연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그동안 80여 회 이상 공연 성격의 강의를 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 독일의 베를린, 중국의 칭타오 등 외국에서 교민들의 특강요청이 들어와서 이른바 해외공연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어머니를 여읜 가련한 소년에게 아무도 따뜻한 목소리를 들려준 사람이 없던 시절, 집 안에 낡은 진공관 라디오가 한 대 있었는데 당시의 톱 가수인 이난영, 장세정, 황금심, 송민도, 심연옥 이런 분들의 노래가 자주 나왔어요.
마치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정겨움으로 여성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받 아 적고 따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노래 잘 부르는 아이로 뽑혔고, 대 학 시절에는 친구부모님들에게 인기가 많았지요. 군복무시절에는 노래를 불러 제대를 앞둔 사병들을 울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3절까지 외울 수 있는 노래가 400여 곡 이상 되지요. 노래는 사랑 그 자체입니다.(1985년 충북 청주에서 있었던 이동순 시 인과 김지하 시인의 노래시합은 문단의 유명한 일화로 전해져온다.)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대구 MBC라디오에서 ‘이동순의 재미있는 가요이야 기’ 라는 프로를 진행했어요. 매주 일요일 저녁 7시10분이면 어김없이 애청자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져 1시간 동안 이어졌지요. 잊혀진 시간을 거슬러 그 당시의 시대상과 작사, 작곡, 가수에 얽힌 해설이 곁들여진 음악프로였던 만큼 상당히 인기가 있었어 요.
분단시대의 문학작품을 찾아 작품집을 내는 일이나 옛 노래 가사를 찾아내어 전집을 내는 것이나 그 중요함에 있어서는 서로 의미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나의 뜻입니 다. 특히 국내 가요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끼쳐왔으나 문화적 주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웠지요. 일제강점기, 분단기의 설움을 노 래로 달래었던 때가 그리 먼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한국의 식민지시절 대중가 요에 대하여 확실한 문화적 번지를 되찾아 주고자 20년 넘게 연구해 온 가요사를 책 으로 펴낸 것이 바로 가요에세이 ‘번지 없는 주막’입니다.


황명강 : 선생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며칠을 들어도 지루하지 않을 듯합니다. 다시 잠깐만 문학 쪽으로 돌아가서, 인간의 영원한 숙제인 사랑과 문학에 대한 연관성이랄까. 선생 님 문학 속에 스며있는 사랑의 실체는 어떤 것이라 할 수 있을지요.

이동순 : 많이 에둘러온 질문이군요. 시집 ‘꿈에 오신 그대’(문학동네)는 백석 시인의 애인 자야여사와 자주 만나던 시절, 두 분의 사랑 이야기를 내 것으로 하여 쓰게 된 시입니 다. 나는 늘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시와 나누는 사랑이야 말로 바로 그 사랑의 실체 이지요. 그러한 사랑은 다른 어떤 사랑보다도 훨씬 뜨겁고 절실하다는 것을 시인들은 대체로 알고 있지요. 사물에 대한 깊고 따뜻한 사랑, 이를 바탕으로 시정신을 가슴속 에 지니고 있는 한 사랑의 불은 항시 켜져 있을 것입니다.

황명강 ; 선생님 긴 시간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사랑하는 시와 노래가 곳곳에 불을 밝히 고 있다는 사실, 독자들도 크게 공감했으리라 확신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동순 : 예, 수고 많았습니다.


ⓒ GBN 경북방송



ⓒ GBN 경북방송



-끝-





대담 황명강 시인
장소 영남대학교 인문학관 이동순 교수 연구실
일시 2010년 7월 6일 오후 3시




이동순 시인 약력

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현재 영남대학교 국문과 교수.
1950년 6월 28일 경북 김천에서 출생.
경북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국문과 졸업.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마왕의 잠’ 당선으로 등단.
1989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당선
시집으로는 첫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 ‘꿈에 오신 그대’, ‘봄의 설법’, ‘가시연꽃’, ‘기차는 달린다’, ‘아름다운 순간’, ‘마음의 사막’, ‘미스 사이공’, 시선집 ‘그대가 별이라면, ’숲의 정신‘ 등이 있으며 민족서사시 『’홍범도‘(전5부작 10권)를 2003년 완간.
수상경력은 신동엽창작기금, 금복문화예술상, 난고문학상, 시와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황명강 약력

경북 경주 출생.
2005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인, 육군3사관학교 외래교수.
GBN경북방송(주) 대표이사.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0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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