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19-10-19 오전 09:38:2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송찬호 시인"가을"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10월 13일
 
↑↑ 송찬호 시인
ⓒ GBN 경북방송 

가을

송찬호


딱! 콩꼬투리에서 뛰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뛰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
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방울 흘리며 맞은편 골짜기로 정신
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맷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알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밭 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더 좋다 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말 가웃은 된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볕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 않은 꼬투리들이 따닥따
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낱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 보내는 가을이었다

콩새야, 니 여태 거기서 머하고 있노 어여 콩알 주워가지 않구, 다래넝쿨
위에 앉아 있던 콩새는 자신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꼭 콩새만한 가슴만
두근거리는 가을이었다


시 감상

햇살이 마지막 빛을 더하는 저녁나절처럼 한해의 빛깔이 더욱 선명한 가을. 콩알의 종족번식력이랄까 자생력이 얼마나 강한지 콩꼬투리에서 뛰어나가 장끼 가슴을 스쳐 놀란 장기까 건너편 숲으로 꺼껑꺼겅 날아가는, 이우는 계절이 서러운 가을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서 한 술 더 떠 콩알이 노루 엉덩짝을 때려서 초경비친 계집애처럼 놀라 피 한 방울 흘리며 맞은 편 골짜기로 달아나는 기발하고 발랄한 가을이 아니겠습니까.

맷돼지도 거들떠보지 않는 콩밭도 허리 구부정한 노인에게는 마지막 농사인 듯합니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더 좋다고 황두 두말 소출에도 빙그레 웃습니다.

그 마지막 황두 두말 소출도 나누려고 콩새에게 어서 주워가라고 하는 군요. 작은 것이 만족하고 모자라는 대로 나누어 사는 삶이 엿보이는 따듯하고 정겨운 가을 풍경이 그려진 시입니다.

햇살 한 필 뚝 끊어서 접어 두었다가 맨발로 겨울 나는 이에게 따뜻한 버선 한 켤레 지어 주고 싶은 가을입니다.



작가 약력


송찬호 시인
1959년 충북보은 출생.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10월 13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경북교육청, 2020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
제6회 선덕여왕대상 수상자 발표
김석기 국회의원 16일 서울특별시 국정감사
세계챔피언 배출 포항권투, 전국직장인복싱대회 2연패 향해 순항
2019신라여왕축제 선덕여왕대상 시상식 가져
신라문화제특집 신라천년예술단의 공연 성황리에 치러져!!!
경주의 추억과 구절초가 함께한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7080얄개들의 복고축제〉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 / 김연종 시인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희미하게 보면` / 김경주 시인
예천군, 가족여행은 즐길거리 가득한 예천장터농산물축제장으로 오세요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요양꽃 이주언나도 복사꽃 같은 풍경인 적 있었네.침 흘리는 내 입술도 한때 사내의 .. 
혹등고래 정채원 이따금 몸을 반 이상 물 밖으로 솟구친다 새끼를 낳으러 육천..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12일 세손으로 책봉되..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원화로232(황오동 110-1) 2층 / 발행인 : 진병철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773-0456 / Fax : 054-773-045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00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병철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