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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래 시인의 "월훈"


윤승원 기자 / gbn.tv@hanmil.net입력 : 2011년 12월 12일
↑↑ 박용래 시인
ⓒ GBN 경북방송


월훈



박용래




첩첩 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래 둑,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꽁깍지, 꽁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木瓜) 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의 자리맡에 밭은 기침 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옵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옵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


♤ 박용래 시인은


향토적 정서와 특유의 서정성으로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시인 박용래. 충남 부여 출신인 그는 1945년 강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교사와 은행원으로 활동하던 중 문학에 빠져들었다. 1955년 박두진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에 ‘가을의 노래’, ‘황토길’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윤승원 기자 / gbn.tv@hanmil.net입력 : 2011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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