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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아 시인"큐브"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3월 08일
 
↑↑ 최승아 시인
ⓒ GBN 경북방송 



큐브


최승아


첫 번째 방문을 노크 한다
방에는 서랍이 굳게 닫혀있고 콘솔위에는 소리 없이 촛불이 타고 있다

두 번째 방문을 노크 한다
함박눈이 쌓인 침대엔 그들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거울은 미동이 없다.

세 번째 방문을 노크 한다
가끔 알 수 없는 소리들이 벽을 더듬는다 벽에 걸린 ‘피레네의 성’이 조금씩 침식될지 모를 일이다

네 번째 방문을 노크 한다
그를 노크한 순간 태어난 광기, 그는 낮은 곳으로만 기어 다니는 벌레가 된다 밀폐된 방엔 비밀이 누설되고 있다

다섯 번째 방문을 노크 한다
매일 밤 조금씩 그를 갉아먹는 벼랑, 그 쪽으로 다가간 것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악몽은 달을 품고 있는 내내 계속된다 그가 낳은 달은 낳을 때마다 사산된다

여섯 번째 방문을 노크 한다
그는 끝내 열리지 않는 방이다




작가 약력 : 시인

2012년『시와 사상』등단 


시 감상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과 나는 서로 화합하여 잘 지내고 있는가, 제 몸을 태워서 빛을 발하는 촛불은 어떤가, 침대에 눈이 쌓인들 바라만 보는 거울처럼 무관심하다. 소통하고픈 몸짓이 벽을 넘는 손짓으로 이어진다. 공중에 떠있는 바위 위의 피레네의 성처럼 먼 곳에 있다. 그 성은 비밀스럽다. 저 UFO처럼 신비스럽고 궁금한 성은 아무도 닿지 못하고 침식되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내 앞에 수없이 많은 문은 닫혀있다. ‘열려라 참깨, 쇳대, 전자키, 123rka,클릭...... 모든 생각을 동원해 끊임없이 문을 노크해 본다. 가끔은 소통의 이름으로 비밀이 누설되기도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이해가 아닌 편견과 오해의 벽이다. 갈등으로 자신을 갉아먹고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벼랑 앞에 서있다. 그때부터 상처를 안고 악몽에 시달리며 꿈꾸는 이상은 사산되고 만다.
세상은 점점 첨단화 되어 더 넓게 소통되어간다. 그럴수록 소외되는 소통의 사각지대는 더 어두워 소통되지 않는 주검이 몇 년 만에 발견되어 광기처럼 회자된다. 그것도 잠시, 시간은 흘러가고 소통되지 않았던 시간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주변이나 세상과 나는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통하고 살아야 한다. 첨단화될수록 시와 나, 또 나와 타자 사이의 먹먹한 소통이란 문을 노크해 보고 있다는 시인을 향해 이 봄날 소통의 노크를 해 본다. (김광희)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3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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