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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옥주 시인 : "꽃등"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4월 01일
↑↑ 배옥주 시인
ⓒ GBN 경북방송




















꽃등
 
배옥주


여든 할미가 노망들었다고 쑥덕거리쌌지만, 내가 해마다 발톱에 봉숭아물 들이는 거는 다 이유가 있는 기라, 열일곱에 시집와 가꼬, 그 다음해 내가 살던 마실이 물에 안 잠깄나, 아직까정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거는, 시집도 안 간 처자들 맨치로 돌담마다 수줍게 피어나던 봉숭아꽃인 기라, 고때 가시나들 때깔 좋은 꽃잎 똑똑 따서 우물가에 앉아가, 돌빼이로 곱기 찧고 손톱발톱 봉숭아 이파리로 한나절을 싸맸다 아이가, 그라먼 고 아릿하고 가슴 콩닥콩닥 뛰는 꽃내가 골목을 지나 동구밖까정 등천하는 기라, 멀리 강 건너 마실 총각들 설레가 밤잠을 설치고, 고향이라 카는 그기 사람 사는 근본인데, 돌담마다 애기재기 피던 봉숭아꽃하고 깔깔 웃어쌌튼 동무들은 다 어데 간 긴지, 이 세상 어느 구석에 있기나 한 긴지, 이래 꽃물 들이고 나문 내사 마, 발톱마다 환하이 꽃등을 키고 밤마다 수십 질 물속 마실 댕겨오는 기라, 고향 가는 길 죽을 때까정 안 이자뿔라고



작가약력: 배옥주 시인

2008년 『서정시학』, 등단
부경대 박사수료,『포엠포엠』 편집위원
2012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오후의 지퍼들』


시 감상

나이가 들수록 어린이가 된다는 말 중에는 어린 시절 추억으로 돌아가고픈 그리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디에 가서 어떻게 살던 어릴적 추억은 나이 들수록 새록새록 찾아와 가슴 설레게도 하고 슬픔에 젖게도 한다. 하물며 수몰된 고향임에랴, 물빛 청청한 호수 속 고향 생각하면 손톱 발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면서 열일곱 시집오기 전으로 돌아간다. 그 아릿하고 가슴 콩닥거리는 꽃비린내 여심을, 강 건너 마실 총각들 설레는 가슴으로 밤잠을 설치게 하던 봉숭아 꽃물의 그 투명하고 선명한 발톱의 관능을, 돌각담 같이 달그락거리며 웃어쌌던 동무들이며 골목을 따라 나서던 봉숭아꽃들하며......
팔순 할머니가 되어도 여심은 살아있어서 발톱에 곱게 꽃물을 들이면 환하게 밝아오는 꽃등이 된다. 그 붉은 꽃등은 사목사목 물길을 더듬어 고향을 간다. 죽어서도 잊지 않고 찾아가고픈 고향길, 숭어리 숭어리 맺은 봉숭아꽃 초롱불 앞세우고 (김광희)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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