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덕룡 시인 "아름다운 도둑"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4월 19일
| | | ↑↑ 신덕룡 시인 | ⓒ GBN 경북방송 |
아름다운 도둑
- 신덕룡
냇가에 앉아 물끄러미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소리 없이 다녀갔다. 소금쟁이는 뼛속을 비워 날아오르는 새보다 더 가벼운 발을 가졌다.
흘러가는 발자국들
나 모르게 숨어 있다가 밤이 깊어서야 나타나는 텅 빈 꿈속에서 반짝이는 물비늘처럼 글썽임처럼 너는, 아름다운 도둑이었으면 좋겠다.
언제든 내게로 와서 가져갈 게 있다면 더욱 좋겠다.
-출처 : 시집『아름다운 도둑』(서정시학, 2013)
작가약력 신덕룡 시인 경기도 양평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85년 『현대문학』(평론), 2002년 『시와시학』(시)으로 등단. 시집:『소리의 감옥』,『아주 잠깐』, 저서 『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상상력』, 『생명시학의 전제』 등 김달진문학상, 발견문학상 등 수상.
시 감상
허공답보 하듯 물 위를 걷는 저 소금쟁이를 보라지. 어느새 소리 없이 내 속을 다녀가는 저 고요한 발걸음을, 무협 소설에서는 흔히 사람이 무술의 경지가 높으면 자기 몸의 무게를 버리고 허공 답보를 한다고 한다. 저 소금쟁이는 어떤 경지에 도달했기에 물위를 걸을 수 있을까. 저 정도의 기술이면 흐르는 물의 속 그림자도 흔적 없이 훔쳐 갈 것이다. 우리들의 삶에 들어왔다 흔적 없이 지워지는 흘러가는 발자국들, 나 모르게 숨어 있다가 텅 빈 꿈속의 반짝임처럼 글썽임처럼 밤이 깊어서야 나타나서 내 마음을 훔쳐가는 아름다운 도둑이었으면 좋겠다. 언제든 내게 와서 가져 갈 게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하는 아낌없이 주고자 하는 시인의 열려있는 마음을 알겠다. 그게 사랑이겠지. (김광희)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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