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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시인"맞짱"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5월 02일
↑↑ 김은령 시인
ⓒ GBN 경북방송



















맞짱

김은령

내일까지는 빌린 돈 오 백만 원

꼭 갚아야 하는데

단돈 만원도 마련해 놓지 못한 채 속수무책 자시子時까지 밀려와

대문 밖에 쪼그리고 앉아 화형식을 한다

깡그리 태워져 흔적 없이 사라져야 할 죄 많은 몸뚱어리 대신

등짝에 큼지막하게 생년월일과 내 이름 석 자를

수인번호인양 받아 적은 옷을 태운다


-망하는 데에는 장사가 없는 기라,

내어놓아야 할 목숨이니 시늉은 해야제

옷을 사루소, 살 냄새 흠뻑 밴 옷을,



용하다는 장보살 비책을 좇아 정월 대보름 둥근 달 아래

죄 없는 옷을 태운다

죽음까지 가는 까마득한 길 위에서

치사하게 번번이 발목 잡는 살아 있음과

치사한 방법으로 맞장을 뜬다

하, 밝은 저 달이 보거나 말거나




작가 약력

김은령 시인
경북 고령 출생
《불교문예》등단(1998)
대구작가회의 이사
시집『통조림』,『차경借憬』
제2회 백신애 문학상 수상


시 감상

빌린 돈 오백만원을 갚지 못해 나를 화형한다. 치사하게 번번이 발목 잡는 살아있음과 맞짱을 뜬다.
점쟁이 장보살이 망하는데는 장사가 없다고 마지막 남은 목숨을 내어 놓는 시늉으로 내 살냄새 베인 옷 등짝에다 생년월일과 이름을 적어 화형식을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방서를 한다. 새로운 다짐은 너무나 절실하고 비장하다. 빚에 쫓겨 벼랑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을 어이 알까.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비참하고 서글픈 모습, 다 보고 있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달은 왜 그리 밝은 지. <김광희>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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