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시인"저수지의 깊이를 보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6월 13일
| | | ↑↑ 김순호 시인 | ⓒ GBN 경북방송 |
저수지의 깊이를 보다
김 순 호
기억이나 짐작만으로 가늠할 수 없다 웬만해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조용히 견디며 백년만의 가뭄을 받아들이고 있다 혼은 다 빠져나가고 허물만 남은 자리 자꾸만 줄어드는 몸피가 온통 주름뿐이다 쩌 억 쩌 억 갈라진 금이 여러 군데 누군가 그어놓고 간 생의무늬를 읽어 본다 보듬고 품었던 것들 하나씩 밀어내며 한 뼘도 남기지 않고 비워 내다니 깨진 소주병 조각을 들추어 보다가 세상 아버지들의 화풀이를 다 받아 삼켰다는 걸 알았다 오래 가두어 두었던 속도 진창이었을 텐데 영문도 모르게 맞은 돌마저 제 가슴에 뚫린 구멍을 막느라 끌어안고 있다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오던 근심 죄다 거두고 한 평생을 지워가는 마지막 남은 온기 내 어머니의 면경 같은 자서전을 읽는다
작가 약력
안동출생 2007년 문학시대 신인상 경주문협 회원, 경북문협 회원
시 감상
그는 언제나 시퍼렇게 시치미를 떼고 있기 때문에 기억이나 짐작으로 속을 알 수 없다. 그런 그가 백년 만에 속을 보이기로 했나 보다. 그간의 세월을 한꺼번에 부어버리듯 쏟아지는 뙤약볕에 혼은 다 빠져 나가고 허물만 남아 자꾸만 야위어 가는 몸피가 주름투성이다. 쩌억 쩌억 갈라진 생의 상처 자국에서 아리고 터져나가는 고통을 본다. 때로는 병째 소주를 마시고 그 빈병에다 화풀이도 해 보았는지 깨어진 병조각 마저도 버리지 못하고 껴안고 있다. 살다가 보면 알게 모르게 돌 맞을 일이 왜 없을까마는 그 때 맞은 돌멩이들 삭아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앙금처럼 다 품고 있다. 아니 가슴에 뚫린 구멍을 막느라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출렁이며 파문을 일으키던 근심 그 푸른 물결에 다 거두어 안고 한 평생을 사위어 가는 어머니의 마지막 온기 같은, 그 길이 또한 나의 길로 연결되는 자서전으로 읽는다. ( 김광희)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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