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초록 그늘"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6월 20일
| | | ↑↑ 조선의 시인 | ⓒ GBN 경북방송 |
초록그늘
조선의
사다리 층계를 타고 느티나무를 오르락내리락 하던 그가 나무에 걸터앉는 바람소리에 가만 귀 기울인다 가지 끝마다 몸피 들추어 아득히 바라보면 빛 타래 화관을 쓴 태양이 병정처럼 터덕터덕 걸어오고 있다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오르간 소리가 연한 이파리에 한 소절씩 머무는데 저마다 창문 하나씩이다 켜켜이 햇살을 받고 나서야 텅 빈 창문에 하늘을 들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아직 여린 피의 힘으로는 가누지 못해 슬며시 뒤돌아 잔물결로 훌쩍인다 목화송이처럼 부풀은 흰 구름의 환한 그늘을 한바구니 가득 쓸어 담는 나무, 누군가 이 길을 지나갈 때 그늘엽서로 내어놓으려는지 제 몸 열고 나오는 이파리마다 가장 낮은 자, 가장 높게 오실 이를 위해 상긋한 연둣빛 웃음을 건다
몸엣 것 다 비운 후에야 비로소 초록으로 물이든 그의 몸
작가 약력
시인, 기독신춘문예 시 당선, 동산문학제 시 당선, 농민신춘문예 시 당선, 크리스천신춘문예 시 당선 열린시 동인, 시맥 동인, 기독신춘문학회 동인 아름다운디자인조경 대표
시 감상
계단을 오르는 달동네가 하늘하고 가깝듯이 제자리에서 오랫동안 하늘에 가까워지려고 발돋움 한 느티나무에 사다리를 타고 오르던 그가 나무에 걸터앉아 쉬는 바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가지마다 빛 타래 화관을 쓴 태양이 병정처럼 걸어오고 교회의 오르간 소리가 이파리에 한 소절씩 머무는데 저마다 소리를 담는 창문이 된다. 켜켜이 차곡차곡 햇살을 받아 쌓아야 텅 빈 창문에 하늘을 들일 수 있을 텐데 아직 너무 여려서 가누지 못하는 잎이 잔물결로 훌쩍인다. 목화송이처럼 환한 흰 구름의 환한 그늘, 누군가 이 길을 지날 때 초록 그늘로 내어 놓겠지. 몸엣것 다 비운 후에 초록으로 물이 든 그의 몸이 가장 높게 오를 이를 위해 상긋한 연둣빛 웃음을 건다. ( 김광희)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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