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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시인"손마담네 식구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7월 04일
↑↑ 김광희 시인
ⓒ GBN 경북방송

























손마담네 식구들


김광희


더운밥이 상 위에 앉아 나 잡숴 하는데 어머닌 안 나오신다

원래 어른은 부를 때까지 자는 척 하는 거다

어무이 밥?!

(남 들으면 애 부르는 줄 알겠다)

오~야 밥 무까?

ㄱ자 빈 허리가 쉭 옆을 지나자 밥상이 바짝 당겨 앉힌다

맛있는 거 했네 (뭐든 맛있데)

생김치!

뭐로 맹글었노

(으그 ~ 팔십 넘게 드신 김칠 뭘로 만들었노 라니)

배차!

잇몸보다 못한 틀니가 질근질근 짓이겨서 뱉어내곤

소고긴 찔겨 몬 묵을따 영덕게나 묵지

철 되면 사 드리께

못 들으시는 줄 알면서 소리 지른다

몇 개나 되는 보청기는 서랍 속 잡동사니들이 옆구리에 끼고 손잡이 쓰고

어머니와 난 혼자 말할 뿐이지 들으라고 하는 소린 아니다



설거지가 일시키는 동안에

주전자는 물 끓이고 어머닌 믹서커피에다 설탕 두 술 더 넣고 떠먹으신다.

내 잔엔 커피만 넣고 자, 예수뿌레소(세련 됐어요)

(얼굴 앞에 입 들이대고)손마담 땡큐!

합죽한 잇몸이 오케이



우리들의 수다시간이 양파자루며 과도 들이밀면

집 나간지가 언젠데 여태 안 오고(바람피운 시간은 오금 붙었지)

손 때 거치 맵네, 훌쩍, 먼저 간 영감 흉으로 자리를 펴

벌게진 눈가 훔치다 장아찐 담으면 뭐해, 죽었는지 살았는지

집 나간 당신 아들 귀가 근질근질

양파가 홀랑 벗었다 쪼개졌다 잘도 놀아준다



작가 약력

경주출생
2005년 월명문학상 수상
200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 시 당선
경북문협회원, 경주문협회원, 시in동인


* 시작 노트

요즘은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식구들이 많지 않다. 그러니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식구이고 그들이 무엇이든 정겹다. 식탁은 상을 차려놓고 어머님이 나오실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준다. 의자는 방향도 모르고 옆을 지나는 어머님을 밥상 앞에 앉힌다. 어머니는 오늘도 질기다 싱겁다 그냥 넘어가는 일 없으시다. 고기 맛인지 나물 맛인지도 모르시면서 제대로 식사를 안 드시는 날 또한 없으시다. 작은 목소리로 말씀 드려도 잘 들으시다가도 고함질러도 못 들으실 때도 있다. 대화 역시 동문서답이 대세이지만 무언의 소통은 언제나 사통팔달이라 무슨 이야기를 하든 늘어놓는다.
식사를 마친 어머님은 커피 담당이시다. 설거지가 일하는 동안 주전자는 물을 끓이고 수다시간은 그날 할 일을 준비한다. 오늘은 양파를 까서 장아찌를 담는 것이다. 양파가 홀랑홀랑 옷을 벗는 동안 어머니와 나의 삶에서 매듭처럼 맺혀있는 지난 것들이 설렁설렁 풀려나와 우리들 귀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우리네 사는 일이란 어느 집 할 것 없이 거기서 거기라 고난과 설움과 그리움의 연속 아닌가 싶다. (김광희)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7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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