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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인 "여승"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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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낮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시전집>에서
*작가 약력
본명 백기행, 전 시인 1912년 7월 1일 ~ 1995년 1월 (향년 82세) 평안북도 정주 출생 1929년 옷보 졸업, 도꾜 아오야마학원(대학교)에서 영문학 공부 1930년 조선일보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 데뷔 1934년 조선일보 출판부 입사,『 女性 』지 편집 1935년 시 定州城 조선일보발표, 시집 『사슴』이 있다.
*시 감상
섶벌 같이 들락거리다 집 나간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돌무덤에서 도라지 꽃을 피운다. 산꿩도 설게 울어 슬픈 날 산절 마당귀에 여인은 삭발을 하며 떨어지는 머리오리 같이 눈물방울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합장하고 절하는 그 몸에 어느듯 산이 들어와 신선한 가지취 냄새가 난다. 평안도 어느 깊은 산 금캐는 광산의 금점판에서 그 여인이 나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가을 추위에도 파리하게 얼은 얼굴로 울면서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쓸쓸하게 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여인을 보면서 나를 보는 것 같아 불경을 외면서 자꾸만 서러워진다.
이 시를 읽으면 자꾸만 서러워져서 가슴이 멍멍해 진다.(김광희)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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