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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정 시인"개암에 얹는 이야기"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10월 06일
↑↑ 임재정 시인
ⓒ GBN 경북방송
























개암에 얹는 이야기

임재정


1.
개암이 먹고 싶다던 먼뎃사람이 생각나서 약탕기 속인 듯 갈볕이 끓어서
기껏 개암인데 싶어서 산길을 더듬었다

아무래도 내게는 연緣 아니 닿는 개암

밤나무 아래 흩어진 되 남짓 알밤과
탐스레 무른 다래 알만 주워 돌아왔다

2.
가을은 어느 먼 데가 얼비치는 증세

먼 데 어디 거긴
낭떠러지, 바위산 그대
그저 나는 알밤이나 한 되 삶고
심중에 이빨달린 싹이 무성하기를 바랄 뿐

3.
나는 아무데도 아니 가고
아무 것도 아니 탐하려네
구역질하듯 곡진히 다 따른 약탕기이므로
내처 당신이나 다리려네

아흐레아, 그렇거니 당신은 꺼칠머리 억샛잎 먼데사람

가을 모기가 물어도 그냥 웃어 보낸다



*작가 약력*

임 재 정 시인, 충남 연기 출생.
2009 <진주가을문예>, 2011년<천강문학상 수상>
2011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기금’ 수혜.


*시감상

개암! 참으로 오랜만에 입안에 가만히 궁굴려 보는 단어다. 작가는 시작노트에서 그리운 대상을 기리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간절하기가 철없을뿐더러 그지없기조차 하다고 한다. 시인이 대상을 찾아가는 방법 또한 여기서 멀지 않아서 늘 옛것에서 오늘을 찾고 반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려가요 <정석가>에서 얻은 부스럼이 내게 와서 손톱을 세우게 만들기도 하는, 내 오랜 어딘가를 더듬으면 개암이 먹고 싶다던 사람이 있었고 그것을 찾자고 가을 산을 더듬던 날들이 있었다. 돌이켜보건대 타자를 향한 그리움이 내 밥이었다.고 한다.

개암은 잎도 아닌 것이 꽃도 아닌 것이 레이스 같은 초록받침으로 선물을 포장한 것처럼 받들어 모시듯 열매를 둘러싸고 있다. 물 밑이 훤하게 맑아지는 계절 무엇이든 그리울 땐 입마저 궁금해서 입 다실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 땐 개암도 귀해서 벼랑이나 너들겅에나 가야 있었으니 먹고 싶어하던 사람도 쉽게 따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개암을 깨물면 제법 탁 소리가 나서 도깨비 정도는 몰라도 설익은 가을은 저만큼 달아나게 마련이었다. 그 고소한 단 맛의 그리움이 입안에 가득 고여 온다.
먼데가 얼비치는 이 가을에 아무것도 아닌 척 개암 대신 주워온 밤이나 삶고 있지만 먼데 있는 그대 생각에 아무데도 아니 가고 아무 것도 탐하지 않고 곡진히 다 비운 약탕기를 보며 가을 모기에 물리는 것도 모르고 앉아 웃고 있는 가을이다.<김광희>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10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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