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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미 시인"이스라지꽃"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10월 28일
이스라지꽃


천룡사지 귀룽나무 꽃불 들어도
오르는 초입의 이스라지꽃 만하랴
분꽃나무 향기도 만만찮아 어질어질
앞서가는 그대 발길 자꾸만 빨라지더라

애기나리 딱지꽃 제비꽃을 만나는 동안
산행을 아예 홀로 즐기려 하는지
봄꽃 화르르 나를 반겨도
무덤 덤 걸어가는 그대 어깨 만하랴

아무리 꽃잎에 입 맞추고 뺨을 부벼도
믿는 구석 없다면 서러움만 더하겠지
연초록 새 순에 소곤대는 바람
햇빛 한 장에 온기 남았다 해도

내 안에 사랑 없다면 향기도 속삭임도
어찌 기쁨이련가
아름다운 사람들이 머문
곳곳에 마음 한 자락 내리는 일도
소중한 내 사랑의 굴레가 되겠지


작가 약력 경주출생 2008년 문학예술 신인상 경주문협, 경북문협, 한국문협회원
ⓒ GBN 경북방송


*시 감상

봄맞이 가잔다. 천룡사지 오르는 길, 그는 바람 실은 구름을 신었는지 발길이 자꾸 빨라진다. 보란 듯이 허연 속살을 드러내듯 활짝 핀 귀롱나무꽃 보다 속내 드러내 놓지 못하고 기웃거리는 마음 같이 바위틈에 수줍은 듯 희다 못해 발그스레한 이스라지꽃에 눈길이 간다.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야생화라면 소녀가 되어 분꽃나무에도 취했다가 애기나리, 딱지꽃, 제비꽃과 이야기하는 동안 그대는 산행을 혼자 온 것처럼 그냥 무덤덤하다.
아무리 꽃에 취해도 저 무덤덤한 구석의 어깨만 하랴, 꽃이며 아름다운 사람들이 머문 자리에 마음 한 자락 내리는 일도 그 미더운 어깨가 있기 때문이겠지, 내년에도 이스라지 꽃은 저 바위틈에서 또 꽃피우는 것처럼.(김광희)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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