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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밥그릇` / 이주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8일
밥그릇

이주리


화장실에 가서 엉엉 울어본 적 있나요
창구에 앉아 하루에 백번의 슬픔을 받아요
슬픔은 너무 축축해
주기적으로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해요
해풍에 그물 당기는 쪽으로만 손가락이 자란 아저씨
그 손가락 하나를 잃었을 때 밥그릇도 잃어
눈빛은 허공을 헤매고
목에는 절망이 가래 되어 끓어요
까짓꺼 뱉어내세요. 아저씨
아리아리 동동 스리스리 동동
대학생 하나, 중학생 하나, 초등학생이 둘,
그리고 기저귀가 필요한 노모가 있다구요
입 벌린 운동화 여섯 개가 장난이냐구요
회사가 받아먹은 지원금 때문에
해고를 해고라 불러주지도 않아
실업급여도 안되는 게 어느 나라 법이냐구요
분노가 방향을 잃어 저에게 박히죠
당신이 이런 젠장할 상황을 알기나 해?
씨팔, 나보고 어찌 살라고
아리아리 동동 스리스리 동동
나도 울고 싶어요. 아저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살아봐요
빈 밥그릇에 햇살이라도 담읍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곳, 고용노동부 내 일터.
수천의 실직자들이 내 앞을 지나갔다. 수만의 소리 없는 분노와 편견, 그리고 깊은 슬픔들이 내 옆에 머물다 갔다.
하루하루 견디었다.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어느 봄 날, 직장 화단에 삭발한 목련을 보았다. 나도 건조한 틀 속에서 잔인하게 전지되어 남은 청춘을 보냈다. 목련, 나도 이곳에서 만든 사리 두엇쯤 너처럼 가지에 달고 있었을 게다. 저 사무실에서.

생존의 위협에 속수무책인 가장과, 현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청년들, 추운 날 젖먹이 어린아이들을 굶길지도 모른다는 여성 가장들의 공포에 비하면 건조한 공문 더미의 틀 속에서의 나의 현실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난봄 이 시를 썼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경제침체가 된 현실, 일자리 문제는 한 개인이 아닌 한 가족의 문제다.
나는 날마다 창구에 앉아 우리들의 절망에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송신하고 싶은 열망으로 우리의 밥그릇에 어찌해야 햇살을 담을 수 있는지 사회를 향한 타전을 하고 있었다. 슬픔과 절망을 견디는 주문 “아리아리 동동, 스리스리 동동”을 외우면서.



ⓒ GBN 경북방송




▶약력
   200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부문 등단
   2008년 현대시문학 시부문 등단
   시집 『도공과 막사발』
   수필집 『고통과의 하이파이브』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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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이주리 고용노동부 밥그릇 아리아리동동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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