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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실수` / 김준연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11일

실수

김준연


컵은 쉽게 동의한다
묻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인다  

너의 동의를 마시고
너를 내려놓기도 전에
너는 또다시 동의한다  

너는 계단에 동의하고
계단의 꺾어짐에 동의하고
벽지에 핀 곰팡이에 동의하고
어항과 어항 속 물고기들에 동의한다 

 바닥에 동의하고
바닥의 기울어짐에 동의한다
문에 동의하고
문의 열림과 닫힘에 동의한다 
 
너를 놓쳐 산산조각 난다
너는 동의한다
파편 하나하나 모두 동의한다 
 
너를 놓친 건
실수가 아니었다 
 
너는
역시 동의한다




▶비 내린다 후두둑
기억의 지붕을 두드리고 가는 빗방울들
잠 깬 기억들이 마당 가득 꽃처럼 피어난다
아쉬운 기억처럼 잠깐 피었다 지는 꽃
그리운 얼굴들이 오래 내 눈을 잡는다

낙숫물에 발 씻는다
발가락 사이사이 빠져 나가는 목소리들이 간지럽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마음을 받쳐 줄 우산도 비옷도 없는 나는
기꺼이 빗속에 갇힌다




ⓒ GBN 경북방송





▶약력
   1996년《시와 반시》 등단
   시집 『고양이를 입어야 한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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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김준연 실수 사와반시 동의한다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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