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영웅시대` / 김온리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27일
영웅시대
김온리
영웅이 나타나기 전에 무슨 구름이 흘렀던가 폭우 속 울고 있던 아이의 손을 잡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준비가 되었던가 우리들의 세계는 이제 두근두근해졌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 고장 난 시계의 시침 위에서 두리번거리듯 영웅이 손을 내미는데 손금이 아직도 자라는 중이라는 걸 믿어도 되는 걸까 폭우는 폭설처럼 쌓이지 않아서 영웅은 그저 영웅인 채로 비를 맞고 서 있을 뿐, 허밍 소리는 그 무렵 마법처럼 흘러나왔다 내가 영웅을 알아보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이 영웅을 에워쌌지만, 패인 손금 위로 흐르는 빗물은 영웅과 나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 영웅이 없는 시대라서 영웅은 별로 빛나고, 오늘 밤 휘파람을 부는 영웅의 바깥에서 나는 조용히 늙어가기로 한다 영웅은 그저 영웅인 채로 내 방 창가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폭우로 왈칵 쏟아질 것이므로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코로나로 피폐해진 요즘이 바로 영웅시대이다. 의료진은 의료 현장에서, 가정주부는 가정에서, 직장인은 직장에서 모두 고통을 분담하며 이 시련을 이겨나가고, 그 곳곳에 우리들의 영웅이 존재한다. 염려와 슬픔이 번져나가는 마음 저 깊은 곳, 오늘도 영웅이라고 불리는 한 가수가 시대의 영웅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나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영웅의 바깥에서 가만히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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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6년 계간 《문학과 의식》 등단
시집 『나비야, 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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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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