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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통영` / 김승강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10일
통영

김승강


두 번째 날이 저물자
나는 다시 술집을 찾아나섰다
시장통을 기웃거리는데 한 선술집이 눈에 들어왔다
선술집 출입문 유리에는
빨간 페인트글씨로
안주일절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그 문구가 정겨워
격자창 미닫이문을 밀고 술집으로 들어갔다
술집문을 들어서자
너댓 명이서 술을 마시고 있던 일행이
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 일행은 손님들 중에서도
유별나게 눈에 띄었는데
모두 후줄근한 양복에
잠자리 안경을 쓰고 있었다
놀랍게도 내가 다 아는 사람들이었고
모두 죽은 사람들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아는 체를 하려는 순간
그들은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선술집 창가 한쪽 귀퉁이에서
출입문을 등지고 앉아
버릇대로 혼자 술과 밥을 먹었다
출입문 유리의 안주일절이라는 문구가
등으로 박혀 들어와 술잔에 어른거렸다




▶술 깨나 하는 사람은 안주일절이라 읽고 글 깨나 하는 사람은 굳이 안주일체라 읽던 시절이 있었다. 글 깨나 하는 사람들이 격자문 유리창에 빨간 페인트 글씨로 안주일절이라 쓴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풍경은 정겹다. 안주일절이든 안주일체든 옛일이 되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3년 《문학·판》 등단
   시집 『흑백다방』, 『기타 치는 노인처럼』, 『어깨 위의 슬픔』, 『봄날의 라디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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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통영 선술집 안주일절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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