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미식회` / 변희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23일
미식회
변희수
계란을 삶습니다 조금 잔인하지 않습니까
물이 끓고 김이 오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흑흑, 흐느껴 우는
얇은 막 속의 표정들이 술렁거릴 때 당신은 반쯤이 좋다지만
누군가의 가슴팍을 향해 날것으로 날아가던 저 묘혈 속의 날개들
품을 수 없는 한 판이 가지런한 묘지 같습니다
삶는다는 것 아주 간단한 요리지만 그렇지 않습니까 표정들이 사라진다는 것 이젠 둥글고 뾰족한 자세로 넘어져도 울지 않아요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
당신이 삶은 계란을 액세서리처럼 올려놓았을 때
다 완성되었습니까 오늘의 요리를 진행하는 사람이 젓가락을 든 채 물어보았다
▶이상하지. 완전 고립인데 쓰지 않고 점점 더 시끄러워져 있다니. 빛이 드는 창가에서 먼지처럼 중얼거리던 말들의 군무. 그런 와중에 장을 보고 계란을 삶고 다시 먼지처럼 고요해지기. 날것이 아닌 시간을 위해서 이제 넘어져도 울지 않기. 혼자 하는 약속들로 혼자에게서 벗어나보기. 그런데 정말 이상하지. 껍질 속에는 아직도 노랗게 해가 떠 있고 똑똑똑 창문을 두드리듯 봄이 오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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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1년《영남일보》 2016년《경향신문》신춘문예등단.
천강문학상,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
시집『아무것도 아닌, 모든』 『거기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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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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