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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미나리가 두 단` / 홍경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5일
미나리가 두 단

홍경나


미나리가 한창입니다
미나리꽝엘 들러 살지고 푸진 미나리를 삽니다
나도 한 단 서울 동생도 한 단 삼우제 참석 못한
막내 동생도 한 단 엄마도 한 단
아니 엄마는 두 단
아버지 돌아가시고 함께 입 다실 이도 없는데
미나리강회 미나리무침 미나리김치 미나리적
어떤 게 더 맛나냐고 물어볼 아버지는 없는데
엄마는 습관처럼 미나리가 두 단

푸렇게 데쳐 무치고 사박사박 날로 지래기 하고
콩기름 둘러 적을 지져
저녁상을 차립니다
배고픈 몸들이 속수무책으로 붐비며
숟가락 젓가락만 달그락거립니다
어떤 게 더 맛나냐고 물어볼 아버지는 없는데
서로 닮은 무릎들이 맞대고 앉아
미나리 두 단을 알뜰살뜰 다 먹습니다
이따금씩 눈 맞춰가며 다 먹습니다




▶아버지, 납매꽃 이울더니 옥매 청매 흐무러지는 새봄이 왔어요. 계절에 따라 제철 음식을 먹어야한다 시던 말이 떠올랐답니다. 그만 욕심을 부려 미나리를 두 단이나 사고 말았어요. 오순도순 무릎 맞대고 앉아 미나리 살찐 맛을 권해 드릴 당신은 없는데... 당신을 보내고도 나는 남아서 갓 삼을 가른 신생아처럼 잘 먹고 잘 싸고 잠도 잘 자고 잘 지낸답니다. 이렇다 할 비탄이나 이렇다 할 예감도 없이, 싸르르 배꼽으로 동하는 시장기를 영접하거나 확 부치듯 머릿골에 도지는 헛헛증을 도영하며, 당신이 없는 이곳에서, 그렇게 나는 살아있습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7년 《심상》 등단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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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미나리 저녁상 납매꽃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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