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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신발` / 박천순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4월 13일
신발

박천순


노을이 바다 위에 엎드려 있다
이 물빛 빚느라
바다는 46억년이 걸렸다
저 춤사위에 스민 노을은 얼마일까
바다 삼킨 속울음은 얼마나 될까
젖은 갯벌 위
생각에 잠긴 신발이 걸어간다
발자국은 이내 지워져도
먼 길 돌아온 신발에서
부르튼 각질이 파도가 되고

공중을 떠돌던 세포들이
모이고 모여 내가 된 기적
신이 나를 빚는데도 46억년이 걸렸다
어느 파도를 밟고 어느 가슴을 품고
여기까지 왔는가, 신발이여

걸을수록 무거워지는 발바닥에
긴 시간 유전된 길이 새겨져 있다
내 몸 가장 어두운 곳에서
홀로 새긴 몸속 지도
신발 한 켤레의 씨줄 날줄

일출에서 일몰까지
닳은 뒤꿈치에 매달려 온
하루 70만 번의 파도 견디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걸어간다
바다를 향한 신발 코에
붉은 노을 한 점
반짝!




▶노을이 지는 바닷가를 걷다 생각한다. 유일무이한 존재로 태어난 우리는 수많은 파도를 견디며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몸에서 가장 낮고 어두운 발바닥은 정직한 몸의 지도이다. 그 지도를 품고 서쪽으로 서쪽으로(삶의 끝) 걸어가는 신발 코에 노을이 위로하듯 내려앉는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1년 《열린시학》 등단
   열린시학상, 시산문학상 수상
   시집 『달의 해변을 펼치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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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신발 춤사위 노을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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