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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고도리` / 조연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5월 11일
고도리

조연희


창밖에서는 쏴아 흑싸리 흔드는 소리가 들리고
그럴 때마다 얘, 누가 온 것 같아.
엄마는 2월 매화 열 끗 한 장을 집어들었다.
오빠가 집을 나간 건 기러기가 대이동을 하던 계절이었다.
팔월 공산의 세 마리 새처럼
그렇게 지붕을 넘어간 가족들.

나는 칠월 홍돼지처럼 날마다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다.
정말 형편없는 패야.
철마다 매화 벚꽃 난초 모란 국화가 피어나는
카키색 군용 담요는 한때 우리의 정원.
우리 가족 다섯, 고도리처럼 다시 모여
함께 만두를 빚을 수 있을까.
그러나 삶은 뒤집어야만 볼 수 있는 패였다.
엄마가 찾는 패는 없는 게 아닐까.
언니는 왜 섣달 비쭉정이 같은 사내를 꼭 쥐고 있는 것일까.

얘, 누가 온 것 같아.
엄마는 끝나지도 않은 화투를 접으며 말했다.
열끗 중 한 개의 패가 내 아버지였지만
아직도 난 내 패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고도리는 새 다섯 마리를 의미한다. 2월 꾀꼬리, 4월 비둘기(두견), 그리고 8월 기러기 3마리가 그려진 패가 만나 5마리의 새가 되면, 고도리로 5점의 점수를 얻게 된다. 오광 다음으로 높은 점수이다.

  우리 가족 5명은 고도리처럼 모여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뿔뿔이 흩어져 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예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유품을 정리하면서 아버지 손지갑을 발견했다. 그 지갑 깊숙이 내 흑백 사진이 꽂혀 있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패가 나였을까.
  아버지, 가족이란 낙장불입의 화투패와 같은 것일까? 그것도 모르고 내 손에서 아직 2월 꾀꼬리가 울고 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0년 시산맥 신인상 수상
   뉴시스 조연희의 타로 에세이 연재중
   시집 <야매 미장원에서>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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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매화 홍돼지 담요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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