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 나를 알아볼 때
김미정
꿈 너머에도 눈이 내렸던가요 잠든 나를 푹푹 퍼가요 캄캄한 들판에 내다 버려요
빛나던 별도 눈으로 덮여요 눈앞이 가득 차올라요
앉았다 날아가는 발자국으로 눈이, 눈이 내린다
끓는 물을 따른다 오븐에 구운 안녕들아, 안녕! 손가락은 날마다 젖은 세계로 흘러
가고 부글거리는 표정은 이내 잔잔해진다 유리잔이 잠시 반짝였던가
흩날리는 눈동자의 변주가 만발해
소용돌이치는 맨홀이 나를 불러요 쏟아지는 내일이 잘 보이지 않네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눈과 방금 지상에 도착한 눈의 간극을 생각해요
빈 그림자가 날리고 녹아버린 눈을 다시 뭉칠 수 있을까요 눈이 허공을 내지르고 있다 안녕이 안녕을 굴리며 눈보라 속에 눈이, 눈이 내린다
▶지난겨울 눈보라 속에 서 있었다. 눈은 눈보라를 뚫고 내리고 있었다.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삶은 점점 백색으로 변하는 스크린이다. 나 자신을 잃는 것은 쉬운 일이다. 안녕이 나를 알아볼 때 나는 가까스로 나인 듯하다. 눈이 내지르는 허공 속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빈 그림자가 난무하는 일상이다. 안녕이 꽃잎으로 날리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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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2년 《현대시》로 등단
2019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2019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시집 「물고기 신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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