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수호의 날
최진자
봄비가 나려 내일은 벚꽃이 팝콘처럼 터지겠지 했는데 빗물 젖은 도로가 아들의 피를 본 아버지의 눈물범벅된 얼굴이다 십 년이 지나도 어떻게 지우니 다들 잊어도 하늘은 기억했구나 서해수호의 날 그대들을 잃은 가족들은 야속했을 거야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새싹이 돋고 꽃은 피고 새가 울고
북괴 어뢰로 천안함은 내장이 터져 숨을 거두고 박동혁의 몸에 박힌 파편 삼 킬로그램 다리가 잘리고 복부 파편이 백 개라니 고슴도치에서 벌집으로 변했을 고통의 절규 세상 것 다주고 바꾼다 해도 대체할 말이 없구나 이것도 순간의 감정이고 잠시 인간의 도리일 뿐 몸서리치며 가슴을 찌르지만 하루도 못 가지 너를 앗아간 총탄에 불을 지른다 하여 슬픔이 녹을까 서러운 눈물로 쇳덩이를 녹슬게 한다 하여 안타까움이 가실까 우리는 무거운 은혜로 감당할 수 없는 방탄복을 입었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 밝은 세상을 만든다 하여도 희생을 잊는다면 도리가 아니지만 내일은 너희 죽음을 기억 못함에 죄인이다 하물며 숭고한 희생을 기억치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며 심성의 파괴이며 죄악이다
▶국경일에는 기념할 만한 일이거나 꼭 기억해야 할 일이 있는 날을 공휴일로 제정한다. 이런 날에는 기념일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일인데 요즈음은 태극기를 거의 달지 않고 그냥 쉬는 날로 알고 있다. 연평해전에서 처참하게 돌아가신 우리의 아들・형・오빠 ・손자인 젊은 그들이 파편 100개가 작은 몸에 꽂히고 몸에 박힌 파편을 뽑아 모았더니 3kg, 내 아들・오빠・손주였다면 무심히 지날 수 있을까. 매일을 기억해도 부족할 터인데 까맣게 잊는다면 우리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에 빚을 지고 말았으므로 마음으로라도 빚을 갚아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죄의식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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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미네르바 신인상
시집 『하얀불꽃』 『신포동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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