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리 사람들
전은주
1. 화학리 전투
쇠스랑과 죽창을 꼬나들고 김좌진의 군호에 맞춰 왜놈의 멱을 따던 청산리 사람들이 북한강 비껴가는 가평군 화학골의 까마득한 잣나무에 올라 장대 끝 쇠갈쿠리로 왜놈 멱 따듯 잣 따며 올해도 처절한 전투를 벌이누나! 이 가을 다 이울도록 참담하게 벌인 이 전투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들이 두고 온 청산리 고향 잣나무에는 뉘 올라 뉘 멱을 딸까?
2. 북면 꽃다방
이 가을 여위도록 청산리에서 온 배씨는 가평잣을 땄다네. 겨울 새벽 눈발 거칠어 간도처럼 사납게 휘날리면 일찌거니 술에 취한 채 아아, 내 사랑 愛浪, 그대를 만났더랬다! 그 사랑 아무리 애절해도 가을에 번 그 돈으로는 그녀를 독차지 하지 못해 봄이 채 오기 전 배씨는 다시 눈길을 떠나갔다. 돈 벌어 꼭 오마, 가을에 다시 오마, 愛浪아!
3. 경마장 박씨
말수가 적은 박씨 쉬지 않고 잣을 따다가 아편쟁이 뙤놈처럼 주말이면 사라진다네. 꼭두새벽 경마장으로 가 경주마의 그 힘찬 엉덩이에 번 돈 다 날려야 돌아와 다시 잣나무에 오른다네. 왜 거길 가는지? 어떤 말이 그를 꼬드겼는지? 친한 동무 하나 없이 잣만 따다 경마에 홀린 박씨. 고향에는 아직 그리운 이 남아 있을까?
▶‘청산리 전투’로 유명한 백두산 동쪽 기슭 청산리에는 잣나무가 많다. 독립군들은 그 전투에서 일본 북로군의 멱을 수없이 따서 물리쳤다고 한다. 그곳 사람들은 날래고 나무를 잘 타서 가을이면 그곳에서 잣을 땄다. 이제 그들이 한국으로 와, 가평군 화학골 깊은 산에서 잣을 딴다. 그 잣은 질이 좋아 일본으로도 수출된다고 한다.
|
 |
|
| ⓒ GBN 경북방송 |
|
▶약력
2008년 계간 《창작 21》 신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