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는 꽃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두자
나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어요. 내 안으로 자꾸만 차오르는 그리움을 몸속에 차곡차곡 쌓아둘 뿐이죠. 그마저도 감추었나 했나요.
오늘 하루도 열두 번의 옷을 갈아입어야 해요 열두 번의 옷을 벗어야 해요
당신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지만 때로는 감싸 주어야 하는 일 그것이 눈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는 일 그래도 벗으라면 벗어드리지요
겹겹의 주름을 실타래로 풀어내 겹겹이 갇혀 어쩌지 못하는 환한 알몸, 숨겨진 것 다 보여드리지요
끝을 보고 싶은 삶은 눈물만큼 아린 것이어서 아무 때나 불러내서 제 껍질 벗겨내는 사랑이란 어디까지가 껍질일까요
세상 밖으로 버리지 못한 감춰진 말들의 뼛조각 푸른 맨살에 오롯이 남아 이렇게 가끔씩 따끔거리는데요.
▶넘치는 햇살, 양파 꽃이 피는 유월입니다 제 몸피를 키우는 밭에선 한 켜씩 몸을 일으키는 생명들, 살이 오른 만삭을 향한 초여름의 현란한 랩소디가 들립니다 벗겨도 벗겨도 그 본질은 드러나지 않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 근원적인 우리의 삶, 숨기지 않고 다 보여주어도 그 빈자리, 결핍을 채우려는 듯 양파 꽃이 핍니다 자연의 저 거룩한 순환에 우리의 삶은 얼마나 작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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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8년 《심상》 신인상
리토피아 문학상
시집 『물수제비 뜨는 호수』 『물의 집을 짓다』 『불안에게 들키다』 『프릴 원피스와 생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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