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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화장이 필요한 날` / 김희경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10일
화장이 필요한 날

김희경


추억이 잘 자라고 있습니까
과거는 잘 양육되고 있습니까

오래된 정원 한 켠에 누워있는 검은 이끼는
지나간 시간들의 한숨입니다
홀로 지새우던 밤들의 울음입니다
더러 꽃들 환하게 웃고 새들이 노래하지만
쌓여진 세월만큼 눈가엔 주름이 앉고
구름은 이마 위에서 지경을 넓혀갑니다

성장이 멈춰버린 추억 하나, 잘 양육되지 못한
과거들의 발을 붙들고 허우적대는
현재는 대체로 확신 없이 길을 내어줄 뿐이어서
우리의 미래는 언제나 가난합니다

오늘은 진하게 화장을 하여야 하겠습니다
한낮에도 습지 쪽으로만 다리를 뻗던 눅눅한 추억을 위해
밤마다 꽃대를 밀어 올리며 울먹이던 축축한 과거를 위해
얼굴 위에 토닥토닥 분칠 화사하게 눌러줘야 하겠습니다

별들은 해묵은 책갈피 속에서 반짝입니다

화장의 두께가 자꾸 두꺼워집니다




▶우리는 늘 ‘현재’라는 시간을 통해 삶을 이어갑니다. 그 현재 속에서 겪어내야만 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의 과거이며 미래를 나타내 주는 지표가 됩니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서, 지난 날들이 고스란히 올라앉아있던 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 안엔 어느 새 거뭇한 기미와 각종 잡티가 이끼처럼 오래 자리해있었습니다.

가끔은 유난히 진하게 화장을 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1994년 《예술세계》 신인상
   시집 「브래지어가 작아서 생긴 일」 「내 얼굴 위에 붉은 알러지」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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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희로애락 책갈피 김조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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