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넋두리
변예랑
안락함을 즐긴다기에 거추장스러운 몸집이라도 사뿐히 받아낼 수 있도록 낮 동안 연습했지 하루에 한 번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탈탈 털리고도 기다리는 시간이 되면 설렘이 인다네
엉덩이가 크거나 발잔등이 부은 낯선 이가 와도 어디에서 온 누구냐고 물어보면 안 되는 거라네 그들이 품고 온 고독의 무게만큼 덜어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라서
때로는 알코올 냄새에 고뿔을 매달고 목덜미 헐렁해져 찾아오는 이들 이목(耳目)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뜨거운 구비(口鼻)에 현기증이 날 때도 많지만 방조와 방관의 죄를 묻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언젠가 낯빛 바랜 사내가 찾아왔었지 밤이슬에 젖은 몸뚱이를 내게 툭 던져놓고는 사면으로 돌려가며 밤새 슬픔을 찍어 발랐지 한 줌의 알약을 털어 넣고서야 긴 잠에 든 그는 아침을 탕진한 한낮이 되어서야 누운 채로 방을 나갔지
그가 누운 마지막 흔적을 찾아 사람들이 다녀가고 한 무리의 방역진이 나를 다녀갔지만 등에 배인 그의 슬픔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네
▶고단한 육신을 침대에 누이면 하루 치의 영상이 스쳐 지나간다. 때로는 만감이 교차하고 후회와 수심으로 뒤척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내일을 꿈꾸다 곤한 잠에 빠져들기도 한다. 어느 날 슬픈 뉴스에 접하면서 우리네 신산한 삶의 날것들을 받아내는 침대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마다 나를 맡기면서 나는 누군가를 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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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0년 《창작21》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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