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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밤이 좋은 생각을 가져다줄 겁니다` / 김필아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28일
밤이 좋은 생각을 가져다줄 겁니다*

김필아


1
단어를 잃어버리는 일은 얼마나 딱한가
꿈속의 일을 꿈밖으로 끌어오려다 베개를 넘지 못했다 베개에 흥건한 소루쟁이 풀잎같이 접힌 낱말들 손가락에서 빠져나간 것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너는 무척 슬퍼하는 것 같다

2
호랑지빠귀가 운다, 아침에 내리는 비를 타고 운다 목을 찌르는 고음 소리를 구별한다는 것은 길들여지는 일 녹음 속, 어느 나뭇가지쯤에 있을 호랑지빠귀 너는 그 새를 잡아 머릿속 둥지에 놓으려 하지만 날아가 버린다, 새가 저기에서 운다, 그러므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안다 빨랫골 오거리바닥 새소리가 햇볕에 안겨 퍼덕거리고 있다
너는 무척 슬퍼하는 것 같다

3
수박 한 통 사 들고 당신에게 가는 꿈, 밤은 좋은 생각을 가져다주고 그 생각에 칼을 찔러놓고 2등분 4등분 8등분 우리는 생각을 나눠 먹을 겁니다

4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하듯 목련 피어 떨어질까, 말까 한다 목련꽃과 죽음을 썰어 파는 정육점이 있다 당신이 장바구니에 싱싱한 발목을 담는다, 자고 나면 당신이 먹고 싶다

5
거실은 어두워지고 있다 낱말들이 사라지고 있다 전원을 켜면 당신이 생쥐처럼 도망갈까 하여

*프랑스 속담




▶나는 필경 늙지 못할 것이다. 늙음을 갖지 못하거나 이미 늙어 사라지는지도 모른다. 당신과의 시간을 손으로 모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곤 했다. 당신 기억 속에 나는 있는데 내 기억 속에 당신이 없다. 밖으로 잃어버리거나 내버려진 어떤 것들, 내 속에 무엇이 앉았는지 더듬거리는 그런 날, 하룻밤 자고 나면 좋은 생각을 가져다준다는 프랑스 속담을 빌려본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0년 《시와사상》 등단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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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호랑지빠귀가 소루쟁이 김조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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