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길을 떠났다
이병금
“횡성으로 가자!” “대관령은?” “강릉은 멀까?”
양평 테라로사에서 잠시 가열된 엔진을 끄기로 했다. 이곳은 사막에 지어진 주유소다. 물론, 향긋한 커피와 빵을 판매하지만 여섯 날, 과적화물을 싣고 달리다가 단 하루, 지친 몸을 화물칸에 구겨 넣고 어딘가로 힐링을 떠나는 게 쉬운 일인가.
커피는 쓰디썼지만 달콤했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이곳은 질이 좋은 커피를 공급하는 주유소다.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왼편으로 고개를 꺾은 채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그들은 공중에 매달린 채 꿈속에서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았다. 서글픈 장면이었지만 이곳 운전자들의 일반적인 주유 방식이다.
문득 두려워지는 건 일주일이라는 삶의 패턴이다. 칠십 년 생의 패턴과 그건 같지 않을까. 막상 인생이라는 거대한 여행을 계획했지만 사막 위 카페에서 잠시 감겨오는 눈꺼풀을 덮는 것으로 조커로 쥐어진 하룻생의 패가 끝나는 건 아닐지.
오늘도 꿈의 길은 거미줄처럼 엉켜있었다. 분명 3차원에서 4차원으로 가는 삶의 길은 그 입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곳으로 내려가는 아리아드네의 실 꾸러미는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풍선처럼 마음을 부풀려 우주 끝까지 커지는 놀이를 한다. 그 안에서 나는 강물이 되었다가 로켓으로 갈아탔다가 지평선 넘어 목성의 띠를 지나 검은 하늘 복판에서 외치기도 한다. “난, 당신과 말하는 방식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내가 다 말할 때까지 대답하지 말아요!”
마음의 북을 크게 쳐댈수록 먼 곳의 그가 더 빨리 들을 수 있다는 듯. 내 배는 부풀었다가 쪼그라들고 다시 빵빵해졌다가 바람이 새고 있다. 그러나 이 놀이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살겠다. 돌아오는 길엔 늘 시를 반지처럼 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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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8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거울등불을 켜다』 『어떤 복서』 『너 없는 시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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