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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셋이 길을 떠났다` / 이병금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06일
셋이 길을 떠났다

이병금


“횡성으로 가자!”
“대관령은?”
“강릉은 멀까?”

양평 테라로사에서 잠시 가열된 엔진을 끄기로 했다. 이곳은 사막에 지어진 주유소다. 물론, 향긋한 커피와 빵을 판매하지만 여섯 날, 과적화물을 싣고 달리다가 단 하루, 지친 몸을 화물칸에 구겨 넣고 어딘가로 힐링을 떠나는 게 쉬운 일인가.

커피는 쓰디썼지만 달콤했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이곳은 질이 좋은 커피를 공급하는 주유소다.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왼편으로 고개를 꺾은 채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그들은 공중에 매달린 채 꿈속에서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았다. 서글픈 장면이었지만 이곳 운전자들의 일반적인 주유 방식이다.

문득 두려워지는 건 일주일이라는 삶의 패턴이다. 칠십 년 생의 패턴과 그건 같지 않을까.
막상 인생이라는 거대한 여행을 계획했지만 사막 위 카페에서 잠시 감겨오는 눈꺼풀을 덮는 것으로 조커로 쥐어진 하룻생의 패가 끝나는 건 아닐지.

오늘도 꿈의 길은 거미줄처럼 엉켜있었다. 분명 3차원에서 4차원으로 가는 삶의 길은 그 입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곳으로 내려가는 아리아드네의 실 꾸러미는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풍선처럼 마음을 부풀려 우주 끝까지 커지는 놀이를 한다. 그 안에서 나는 강물이 되었다가 로켓으로 갈아탔다가 지평선 넘어 목성의 띠를 지나 검은 하늘 복판에서 외치기도 한다.

“난, 당신과 말하는 방식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내가 다 말할 때까지 대답하지 말아요!”

마음의 북을 크게 쳐댈수록 먼 곳의 그가 더 빨리 들을 수 있다는 듯. 내 배는 부풀었다가 쪼그라들고 다시 빵빵해졌다가 바람이 새고 있다. 그러나 이 놀이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살겠다. 돌아오는 길엔 늘 시를 반지처럼 끼고.




ⓒ GBN 경북방송





▶약력
   1998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거울등불을 켜다』 『어떤 복서』 『너 없는 시소』 등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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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횡성 대관령 양평 김조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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