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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해변에서
장수라
바다사자를 만나러 갈라파고스로 가야지 모래위에서 뒹굴뒹굴 낮잠을 즐기다가 낯선 여행객의 눈길도 무시해야지
오후가 기울어진 숲을 바라봐야지 경계 없는 눈빛으로 느슨한 오후를 떴다 감았다하며 분홍이구아나가 되어야지
동물원을 깨부수고 야생이었던 본래의 그곳에서 고독이 처음인 것처럼 마지막 종이 되어야지 산소를 호흡하고자 열망으로 가득한 날들을 뒤로하고 없음으로 이끌리는 바다에 몸을 던져야지
종의 기원을 쓴 다아윈의 발자국을 따라 코를 킁킁거려야지 하루 종일 짝을 찾는 황홀한 오후를 보내야지 이쪽 해안에서 저쪽 해안으로 해가 질 때까지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를 지우고 늘어진 시간을 묶어 놓아야지
코끼리거북 등딱지 주름을 지루하게 세면서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믿었던 혹은, 없을지도 모르는 언어들을 버려야지
▶10월이 되었다. 잠이 들 때까지 마당의 귀뚜라미 소리가 내 눈으로 들어온 걸까. 내 눈이 또르륵또르륵 콩알이 되어 어둠을 굴러 다닌다. 그리운 어느 날에 무의식이 머무르면, 나의 불안은 탄력을 받아 파도타기를 한다. 또르륵또르륵 가을밤을 굴러다니는 달님과 함께 분홍이구아나를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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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0년 시와문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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