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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니 마흔이더라
김건형
그러니까 그날이었어
황혼 가득한 사막을 맴돌다 유년의 그 바람을 만났어 초원과 더불어 대양을 거슬러 온 그이는 벼락 치듯, 잠시, 날 스치고는 유성을 쫓아 다시 사라져버리더군
그래서였을까 그즈음 어딘가에서 나를 쏘아보는 누군가의 눈빛이 별처럼 찬란한 거야 별은 비(雨)처럼 내렸고 달은 눈(雪)처럼 떠 있던 밤이었지
그때 우주 저 너머에서 누군가의 숨결이 내게로 다가와 말해주더군 ‘이제 조금은 철없어져도 된다고, 나이 먹지 못한 동심(童心)이 민망해지지 않도록….’
나는 잠시 무릎을 품고 주저앉았지 바람에 사라지는 내 발자욱조차 아파서 자카리 나무 같이 번지는 내 그림자가 아련해져서
그 밤 뱀처럼 사방(四方)에 길을 낸 내 욕정이 녹아져 내리고 팔방(八方)에 상처를 낸 내 발톱들은 다 뽑혀져버렸지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긴 밤을 꿈마냥 하릴없이 서성거리다 또 별일 없이 어슬렁거렸어
눈뜨니 마흔이더라
▶몇 해 전 불혹을 맞이하고 더 이상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 멋쩍게 살아내 준 스스로에게 고마워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게 세상은 불안하고 내 삶엔 유혹이 많다 그럼에도 마흔이라는 무게감이 그날 내게 주었던 삶과 사람에 대한 겸허함에 감사하다. 이 신비로운 예배가 어느 날 눈뜨는 사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놀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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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2011년 《문예사조》 등단 에세이집 『사막에서 금을 캐는 남자』 시집 『눈뜨니 마흔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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