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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눈뜨니 마흔이더라` / 김건형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21일
눈뜨니 마흔이더라 


김건형



그러니까 그날이었어

황혼 가득한 사막을 맴돌다 유년의 그 바람을 만났어
초원과 더불어 대양을 거슬러 온 그이는
벼락 치듯, 잠시, 날 스치고는 유성을 쫓아
다시 사라져버리더군

그래서였을까
그즈음 어딘가에서 나를 쏘아보는 누군가의 눈빛이
별처럼 찬란한 거야
별은 비(雨)처럼 내렸고
달은 눈(雪)처럼 떠 있던 밤이었지

그때 우주 저 너머에서
누군가의 숨결이 내게로 다가와 말해주더군
‘이제 조금은 철없어져도 된다고,
나이 먹지 못한 동심(童心)이 민망해지지 않도록….’

나는 잠시 무릎을 품고 주저앉았지
바람에 사라지는 내 발자욱조차 아파서
자카리 나무 같이 번지는 내 그림자가 아련해져서

그 밤 뱀처럼 사방(四方)에 길을 낸 내 욕정이
녹아져 내리고 팔방(八方)에 상처를 낸 내 발톱들은
다 뽑혀져버렸지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긴 밤을 꿈마냥 하릴없이 서성거리다
또 별일 없이 어슬렁거렸어

눈뜨니 마흔이더라




▶몇 해 전 불혹을 맞이하고 더 이상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 멋쩍게 살아내 준 스스로에게 고마워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게 세상은 불안하고 내 삶엔 유혹이 많다
그럼에도 마흔이라는 무게감이 그날 내게 주었던 삶과 사람에 대한 겸허함에 감사하다. 이 신비로운 예배가 어느 날 눈뜨는 사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놀라왔다.




ⓒ GBN 경북방송




▶ 약력
2011년 《문예사조》 등단
에세이집 『사막에서 금을 캐는 남자』
시집 『눈뜨니 마흔이더라』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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