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종이학
전길구
공중에 뜬 마늘이 어머니를 매달고 새벽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대전의 한 육교 위에서 어디로 팔려갈지 모르는 마늘은 서른일곱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단속반 호각소리에 전쟁터가 되는 곳에서 숨바꼭질은 모멸을 견디는 방식 어둑어둑해서야 돌아온 어머니의 앞주머니엔 꼬깃꼬깃한 지폐들이 가득했다
쏟아 놓기가 무섭게 훨훨 날아오르는 종이학들 그것이 밤새워 아들의 공부를 매달았고 날이 새면 어머니는 다시 새벽길을 나섰다
종이학이 날갯짓을 멈춘 것은 아들의 발이 서울에 닿은 후 고향마을 학촌(鶴村)에 겨울마다 몇 마리의 학이 날아와 어머니와 살다 가기를 서른두 해
천만 마리의 학보다 큰 비행기를 태워드리겠다는 아들과 비행기 조종사가 되겠다는 손자를 기다리지 못하고 어머니는 학(鶴)을 따라 하늘로 가셨다 사무침이 사슬인지 가슴속에서 떠날 줄 모르는 종이학은 알싸한 마늘 냄새에 날개를 퍼덕이고
높은 곳을 좋아한 적도 없고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저 하늘에는 조종사가 된 손자가 한줄기 비행운(飛行雲)을 그려 넣었다.
▶설이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어머니가 더 그리워진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끔 도시로 마늘 장사를 나가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내가 은행 입사시험에 최종 합격했을 때 가장 기뻐하신 분이 어머니셨다. 아들의 경사가 가장 큰 행복이었고, 아들이 역경이 가장 아픔이었던 어머니. 하늘로 가신지 열두 해가 지났는데도 그리움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조금만 더 사셨으면, 아들이 지점장이 된 모습과 박사학위를 받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어머니는 아들이 시인이 되어 당신을 그리고 있는 것을 내려다보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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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1년 《서정시학》 신인상
서정시학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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