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거미*
이미영
경마장에서 돌아오는 길 간지러운 뺨을 긁던 손끝에서 거미줄이 너풀- 형체는 사라지고 감각 없는 무게로 내 얼굴 위에서 집 한 채가 사라졌다 건너편 길가에 앉은 아이의 입속으로 솜사탕 한 줄이 들어갔다
양철 지붕 밑에 들어선 오후 으레 맞던 김씨는 없다 등에 난 옹이를 서로 대팻날로 긁어주고 나이테를 가늠해주던 줄자의 간격은 멀어졌다 늦은 점심도 먹지 못하고 시골로 귀향하던 그의 트럭 짐칸에는 눈물에 엉겨 붙은 톱밥만 가득했다
땀 찬 손을 마권에 문지르며 오전의 한탕을 곱씹다가 등밀이 대패를 잡아본들 허상의 부표를 좇는 목수의 손길이 못미더워 짜다만 다섯 자 문갑, 울거미가 비뚤어졌다
나무의 엇결에 대팻날을 세우고 밀려나오는 시간에 입바람을 불어본다 후욱! 충혈된 눈금 사이로 초점이 빗나가고 앙상한 울거미에 뭔가가 매달렸다 사라진다 아까, 그, 거미인가, 거미처럼 내게도 틀이 없다
*울거미: 가구나 문짝처럼 틀을 짜서 만든 물건의 가장자리를 이루는 뼈대
▶역 근처, 작은 슈퍼 앞에서 나는 한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초점 없는 눈빛과 계절에 맞지 않는 외투를 입고 정물처럼 앉아있었다. 숨 막히게 더운 여름이었다. 나는 그 여자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보았다. 사람들은 이유가 없어도, 이유가 너무 많아도 살아가는 게 힘이 든다. 어제도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누군가가 떠나거나 사라졌다. 당신 마음 속, 울거미는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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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9년 웹진《시인광장》으로 등단 중봉조헌 문학상 우수상 안정복 문학상 은상 수상 경기도 문화재단 우수작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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