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6-10 15:47:4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나팔꽃` / 박수현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2월 10일
나팔꽃


박수현




당신의 손목은 무사한지요
보드랍게 깍지 끼어 건네던 손길이 어디로 가나요
지난여름 여리고 따듯한 우주의 새끼들을
슬하에 풀어 기르던
그 푸성귀처럼 푸른 힘 이제 어디로 가나요
당신의 슬하에 고요가 깊어지고 있어요
저것 좀 보세요 사방 흰 중환자실
손등의 힘줄에도 당신의 덩굴손들이
있는 힘을 다해 기어 오르네요
막무가내로 기어 오르네요
당신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어요
당신은 이제 입술을 닫았는데
조곤조곤 당신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이 가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당신의 손목을 덩굴손처럼 부여잡아요
당신에게 안부를 전하려면
나는 저 작고 까만 씨앗들을 얼마나 모아야 할까요
얼마나 높이 허공의 사다리를 디디고 올라
씨앗들을 뿌려야 꽃의
새끼들이 먹먹하게 피어 오를까요




▶지난여름 나팔꽃을 키웠다. 지지대를 세워 베란다 망에 붙여 기어오르게 했다. 줄을 휘감고 천장까지 다다른 무성한 덩굴손은 바람이 불면 레이스처럼 하늘거렸다. 드디어 징검징검, 초록 계단을 오르내리며 남보랏빛 어린 방들이 생겨났다. 꿈결에 모닝 글로리, 트럼펫 소리도 들렸다. “아침을/부여잡고 돌아보는 /황홀한 내연內緣”처럼 베란다의 크고 작은 꽃송이를 세는 것으로 코로나 펜데믹 속 하루를 시작했다. 초가을, 꽃자리엔 씨앗이 맺히고 점점 줄기는 누렇게 말라가자 문득 마지막 때 엄마 손등의 희미한 핏줄이 떠올랐다. 엄마와 나팔꽃은 모두 온힘을 다해 우주의 새끼들을 슬하에 품고 키워낸 것 같아서 서럽고 애틋했다. 얼마나 까만 씨를 모아 뿌려야 저곳 엄마께 안부 전할 수 있을까?




ⓒ GBN 경북방송




▶약력
   2003년 계간시지《시안》으로 등단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제4회 「동천 문학상/ 2020년 」수상
   시집『운문호 붕어찜 』,『복사뼈를 만지다』『샌드페인팅』등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2월 10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창원 김달진문학관은 제37회 김달진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로 이상국 시인.. 
토마토 거리 원도이  벽을 쌓읍시다 아니, 벽을 삶읍시다 토마토처럼  .. 
감은사로 간 시인류현주답사객으로 보이는 45명을 태운 버스가주차장으로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