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박설하
고장 난 승강기에 갇혔을 때 비상 버튼을 눌러도 묵묵부답일 때 젖은 티셔츠가 들러붙는 어둠 속으로 파고들 때 가방에 든 생수마저 빈 병일 때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을 기세로 모기가 덤빌 때
방범등마저 깨진 골목을 떠올릴 때 치킨 냄새가 골목에 꼬리를 남겨둘 때 어둠에 공복이 환할 때 이 와중에 등과 배가 달라붙을 때
호러영화가 훅 튀어나올 때 배터리가 먹통일 때 도무지 잠을 셀 수 없을 때 깨우던 새벽종이 뒷걸음칠 때 바깥을 견디며 무릎을 끌어안을 때
암흑 속에서 내가 암흑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가끔 막막하게 가라앉을 때가 있다.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딛고 짚어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담금질을 해야 하는지 가늠하지 못할 때가 있다. 다급한 마음이 들수록 헤어나기 어려울 땐 차라리 고요하게 그 사유를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맞는다는 걸 슬슬 알아채 가고 있다. 내 마음이 만든 암흑 밖으로 나가는 길은 스스로 걷어내고 빚은 빛을 따라 걸어가야 함을 알아가고 있다. 느릿하지만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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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2년《애지》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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