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먼 자의 창가에서
김성희
우체국에 와서 우표를 한 장 붙이면 떠나가는 계절이 있다. 상처를 봉인한 단단한 꾸러미들도 망각의 사서함으로 부치고 나서 손을 탁탁 털면 바람에 날아가는 마른 꽃잎 같은 것들…
우체국 담벼락에 핀 앉은뱅이 채송화 날지 못하는 아픈 빛깔이 주저앉아 있다. 노을빛 소인을 찍으면 어디든 닿을 꽃잎의 소식도 우체통에 넣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쾌활한 풍경이 태어나고 계절마다 새로운 안부를 부치는 우체국 창가에서 불안한 날들에 반짝였던 별빛같이 사사로운 감정의 단추를 열었다 닫았다 주머니 바깥의 무료한 나는 보였다 보이지 않는 것처럼 봉투에 쓸 주소를 잊어버린 지 오래
하나, 둘 우표를 사고, 서늘한 타인을 지나는 골목으로 어둠의 프로필이 깔리고 있다 하여, 허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저녁이 오고 눈먼 자의 창가에 닿는 별빛같이 먼 그리움이 나를 건너오고 있다 거의 강박적으로,
▶손편지를 쓰고 그것을 우체통에 넣고, 우체국에 우표를 사러 갔던 일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편지를 보내는 지역에 따라서 편지가 닿는 기한이 달랐던, 즉 물리적 거리와 시간이 편지에 적용되었던 그때는 닿지 않은 편지가 밤하늘의 별처럼 아득하기만 했다. 이젠 세계 어느 곳이든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빛의 속도로 연락을 주고받는 시대이지만, 연락이 끊긴 친구나 지인들은 마치 눈먼 자의 창가에서 별을 보는 기분인 듯했다. 전자통신이 광속으로 발전해도 안부를 모르는 슬픔을 우체국이라는 공간에서 시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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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5년 계간 《미네르바》 로 등단 시집 『나는 자주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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