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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집
이선유
누군가 끌고 온 길이 이곳에서 끊겨 있다
밑바닥이 닳아버린 신발 한 짝 가을 숲속에 떨어져 있다 오랜 시간 비척이던 발바닥의 기억이 뒤축에 남아 있다
무슨 연유로 신발은 숲속 깊이 제 몸을 숨겼을까 방향을 잃어버린 길 밖의 길 갈바람은 수시로 안부를 물으며 지나간다 그림자를 길게 펼친 나뭇가지도 마른 잎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거친 숨으로 지나던 매지바람이 낙엽을 그러모아 신발 속에 밀어 넣는다 움푹 파인 몸 걸음을 놓친 자리 고였던 침묵이 밀려나온다
흙먼지 쓴 신발 한 짝 기웃대던 벌레들이 제 집인 듯 찾아든다 기우뚱한 집 한 채 바람이 수평을 잡느라 들었다 놓는다
▶평생 주인만을 섬기던 신발도 닳아빠지면 버려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보았다.나이가 들어 늙어지면 회사에서 사회에서 밀려나게 된다. 당연한 세상의 이치라지만, 그 소외감과 외로움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는, 숲 속에 버려진 신발 한 짝이 누군가의 작은 안식처가 되어, 온기로 보듬듯, 삶은 돌고 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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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6년 《창작21》 신인상으로 등단.
제1회 창작21 작가상
시집『초록의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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