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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나무가 흔들린다
김은옥
한 생애가 살갗을 스친다 사철나무 하나 흔들흔들 다른 나무는 조금 흔들 멀리 있는 나무는 살짝 흔들 흔들리지 않는 나무들도 있다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 사이에도 바람의 마음이 통하는 것과 통하지 않는 것이 있는 걸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바람의 생애를 읽는 사람과 읽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오시리라는 기대에 미리부터 움찔 떠는 놈도 있다 돌멩이가 날아온다 큰 걸음으로 피하고 바라보니 날아가는 참새였다 참새에 맞아 죽을 수도 있을까 참새는 미래를 모르고 나 또한 돌멩이를 모른다 바람이 분다 아까 그 바람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기로 다 같이 결의한 국군의장대 같다 바람의 생애를 읽으려는데 또 다른 바람이 오신다 바람의 심장에 손을 얹는다 수많은 생애가 내 안에서 함께 흔들린다
▶고양이와 함께 사철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사철나무 작은 잎이 흔들리자 고양이가 움찔한다. 하얀 솜뭉치 같은 앞발로 나무를 밀어본다. 바람이 우리를 어루만진다. 고양이는 눈시울을 좁히고 나는 고양이를 쓰다듬는다. 문득 등 뒤의 바람을 돌아보면 어느샌 가 내 머리에 손을 얹는 바람. 서로에게 익숙해져도 말 못하는 생애가 바람 너머에는 여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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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9년 《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2015년 《시와문화》 시 신인상
수필집 『고도를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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