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발톱이 된다
최병호 대화역으로 향하는 풍림마을 오솔길이 나의 사냥터다 햇볕 잘 드는 벤치 위에 앉아있는데 지나가는 아가씨 둘이 내 사진을 찍어갔다 오늘은 낮게 뜬 태양 덕분에 며칠째 계속되던 추위가 물러갔지만 참새 한 마리 벌레 한 마리 눈에 띄지 않아 고민이다 사냥은 내가 날마다 해야 하는 숙제다 숙제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통쾌한 슬픔이다 주인의 침대맡에서 자는 친구들은 모른다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차가운 공기의 참맛과 벤치 위로 쏟아지는 조각 케이크 같은 겨울 햇빛 한 줌이 얼마나 고마운지 내가 빛바랜 벤치 위로 잠시 올라간 것은 도시의 사냥터에서 먹잇감을 찾을 때의 초조와 어쩌다 만난 참새 한 마리 제대로 잡지 못하는 당황을 잊기 위해서다 주인의 침대 위에서 갸르릉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아부하는 녀석들을 따라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오솔길에서는 시멘트 바닥에 발톱을 늘 날카롭게 갈아놓는 버릇이 생겼다 이 오솔길은 나의 사냥터다 난 습관처럼 발톱의 날을 세운다
▶대화역에서 풍림마을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아파트 단지가 따스한 겨울 햇볕을 가리고 있는데, 초입에 있는 벤치만 따스한 겨울 햇볕의 혜택을 받고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벤치 위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의 왕래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벤치 위에 고고하게 앉아 햇볕을 쬐는 모습이 당당하다. 고양잇과의 자존심은 살아있군.. 멋진 녀석 어젯밤은 어디서 몸을 눕혔는지 궁금하다. 혹은 얼마 전까지 주인의 사랑을 받던 녀석은 아니겠지.. 고양이는 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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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1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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