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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기울어가는 부양` / 홍계숙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4월 19일
기울어가는 부양


홍계숙




시골 빈집이 할머니를 부양해요
세간살이 뼈들이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기울어가는 부양
가끔 앞산에서 날아오는 뻐꾸기소리가
업둥이 딸처럼 다녀가요
쪽마루에 앉아 맛보는 봄볕은 달달한 간식이에요
자고 나면 조금 더 기울어진 흙벽 안쪽에서
할머니는 헐거운 세간이 되어가요
가까스로 빈집에서 벗어난 집은
사람을 놓칠까 걱정이 많아
새벽 일찍 방문을 열어보지요
빈집의 적막은 죽음과 똑같은 무게니까요
휑한 집안에서 느슨한 걸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세끼 밥 때에요
양은냄비 하나가 먼저 간 아들처럼 살가워요
외로움을 넣고 미움도 끓여 마시면
비어있는 컴컴한 구석을 채울 수 있어요
그토록 마음 기울인 자식들은 어느 쪽으로 기울었을까요
텃밭에 심으면 파릇한 안부가 돋을 거라며
주름진 시간이 호미를 손에 쥐어주네요
빈집은 조였던 관절을 풀어
할머니와 기울기를 맞추곤 해요
오늘은 봄바람이 부양을 하겠다고
한나절 빨랫줄을 흔들다 갔어요
남은 살과 뼈를 빈집에게 나누어 주며
할머니는 조금씩 지워지고 있어요




▶시골집에 홀로 남은 노인의 정서적 풍경이다. 사회는 오래전 고령화로 접어들었고 노인 문제는 심각하다. 도시에서도 고독사가 늘고 있다.

  나는 6남매 중 맏이와 결혼하여 도시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정작 시골에는 친정어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다. 연로하셔서 자식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자식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부모 모실 형편이 안 된다.

  공들여 키운 자식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노인이 혼자 사는 시골집은 심리적으로 빈집이다. 기울어가는 것이 시골 빈집뿐일까. 보살피지 않는 건물이 허물어져 가듯 나이가 들어 보살핌이 없으면 사람도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누군가 손을 내밀지 않으면 부모 부양도 나 자신의 노후까지도 그렇게 되는 것이다.

  모든 자식에게는 어릴 적 들었던 옛이야기 속의 청개구리 피가 흐르나 보다. 부모님 생전에 할 수 있는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꼭 돌아가신 후에야 죄인 되기를 자처하니 말이다.

물리적 수명이 연장되어도,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쓸쓸함과 외로움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 광합성을 하며 삶이 싱그러워지는 거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7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 『모과의 건축학』 『피스타치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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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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