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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고양이 액체설` / 강서일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05일
고양이 액체설


강서일




고양이는 액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맞지도 않는 종이상자에 몸을 맞추고
동그란 어항에도 구겨져 들어가는 고양이는
분명 흐르는 액체다, 딱딱한 책이 아니다.
(그는 분명 시인이며 화가일 것이다.
시인은 엉뚱한 시론으로 언어를 조작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언어로 고정된
이미지를 흔들어 또 다른 사물을 창조하고
화가는 형태를 부수어 뒷면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끝내
시간 앞에 액체다.
나무도 비단뱀도 남한산성도 액체다. 녹아 흐른다,
흐르고 흘러 어느 순간에
기체가 될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여
금광을 가졌다고 좋아하지 말지어다.
금보다 먼저 당신이 액화하고 기화되어 사라질 것이다.
그럼 우리집 고양이는 액체가 아니라
기체다, 라고 나는 주장한다. 그렇게 우기고 보니
왠지 몸이 가볍고
늦은 봄밤이 더욱 향기롭다, 액체 고양이여!


*프랑스 리옹대학 물리학연구소 과학자 ‘파르딘 마크-앙투완’의 가설.




▶이 세상 두두물물 가운데 고정-불변하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들은 수많은 편견과 자기 틀 안에서 생각하고 그것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아니겠지만, 감정의 몸은 어느덧 그 쪽으로 기울어져있다. 지상의 물방울들이 공중에 잠시 뭉쳐 있을 때는 구름이지만, 때가 되어 흩어지면 그 형상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사물의 실체이고 무량한 우주의 신비인 것이다.




ⓒ GBN 경북방송




▶약력
   1991년 『자유문학』시 당선
   한국시문학상, 자유문학상 등
   고양이 액체설』 외 3권, 『일주일의 연애』(시선집)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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