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서 길이 된 길
방지원
참 오래 걸었다 여럿이서 혼자서 여럿일 땐 길도 얼굴도 여럿이었지만 혼자 걸을 땐 두려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가끔 신작로에서 신기루를 만나기도 했지만 내려주신 길엔 자주 물이 굽이치고 바람이 불고 전염병이 세상을 휘저었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도 내 뜻은 아니었다 다 주어도 좋을 사랑을 하고 살이 찢기는 이별을 하고 나중엔 서로의 이름을 놓아버렸다 돌아보니 텅 빈 길에 수북이 남은 마음부스러기들 마음도 마음을 밀어낼 때가 있다 몸 비듬처럼
길은 예전 얼굴이 점점 아니어도 다녀간 발자국들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산다는 것은 길을 닦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름대로 울퉁불퉁하거나 평탄하거나 날마다 우리는 길을 놓으며 산다. 살며 사랑하며.... 길면 길수록 걷는 길도 길어서 길이란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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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9년 『문예한국』 등단
국제펜한국본부이사, 한국문인협회이사역임, 한국시인협회이사
국가톨릭문인회이사, 숙명여대문학인회 회원
김기림문학상대상, 계간문예문학상
시집 『한고슴도치의사랑』 『비단슬리퍼』 『달에서춤을』 『짝사랑은아닌가봐』
『치즈가녹기시작하는온도』
시선집 : 『사막의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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