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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개가 있던 초원` / 우혁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19일
개가 있던 초원


우혁




고지서 수신지를 모두 근무지로 돌리고 온 날 집으로 낯선 고지서 하나가 날아들었다 “공공우물 청결 유지비” 발신지 불명 가끔 불분명한 곳으로 내 양(羊)들은 사라지곤 한다 방목 중이던 짐승들이 사라지거나 섞이는 것은 익숙하지만 낙인도 없는 가축이 내 것임을 또 일정치 않은 내 주소를 어떻게 알고 보냈을까 이달 말까지다 과태료도 있다

풀이 있는 곳은 지나칠 수 있어도 물이 있는 곳은 넘길 수 없지 지금까지 거쳐온 숱한 우물을 떠올린다 오늘 아침엔 개를 묻었다 묻다 보니 예전 다른 개를 묻었던 그 자리다 뼈만 남은 주검 밑엔 물이 고여 있었다 오늘 죽은 개도 물을 떠날 수 없다 이제 새로 양 치는 개를 한 마리, 구할 일만 남았다

방목장엔 길이 많지 않다 열려 있지만 갈 곳은 정해져 있다 별들이 그러하듯, 잠자리는 언제나 훤히 보이는 거다 개를 사러 가던 중에 고지서 때문에 은행에 들렀다 생수 통 옆에서 오래 앉아 있다 오는 길에 장마가 시작됐다 좋든 싫든 이번에는 꽤 오래 머물게 될 것 같다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때는 서른 무렵이었다. 첫 직장은 하루에도 여러 군데를 쉼 없이 돌아다녀야 했다. 업무 일지를 읽어보다 하룻동안 거의 스무 군데나 되는 곳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는 것에 더욱더 절망하던 날들이었다. 노마드란 말을 알게 된 것도 그 때쯤이었다. 꿈을 감추고 감춘 꿈을 재발견하던 시간 그 시절 초원에는 무던히도 많은 개들을 묻어야만 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2년 『미네르바』 신인상
   시집 <오늘은 밤이 온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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