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로운, 참
안영미
깨 앞에 어쩌다가 참이 붙었을까 무릎 꿇게 만드는 참 문득 참의 속성을 생각한다 말이 크면 클수록 참이 아니라는 생각 작고 작아야 참이라는 생각
나에게도 참은 있었다 자궁을 향해 거슬러 돌아갈수록 깨알같이 쏟아지던 참
갓난아기의 오므린 입 같은 작은 구멍에 참을 심고 시작이라고 속삭인 적이 있다
하나의 참에서 수천 개의 참이 열렸다 그 앞에만 서면 내가 자꾸 작아지고 부끄러움이 한없이 쏟아졌다
새들이 와 참깨를 쪼아 먹는다 나에게 들켰지만 그냥 내버려 뒀다.
▶작년 초가을에 참깨를 털다가 깨알이 들어간 집을 자세히 보았다. 아주 작은 미니어처 빌딩 같았다. 수직으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줄기에 빌딩이 여러 채 붙어 있었고 그런 여러 줄기가 참깨 한 포기인 것이다. 그야말로 깨알 같다는 그런 작은 한 개의 깨알에서 이렇게 많이 쏟아지다니 경이롭고 고맙기까지 했다. 문득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노모의 말이 생각났다. “인간들이 너머 처먹어 너머, 이렇게 많이 주는데도 모자란다고 하니…” 때는 선거철이었고 확성기로 흘러나오는 말들은 진심이 아닌 너무 큰소리로만 들렸다. 참은 큰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인간인 나는 참깨 앞에서 부끄러웠다. 참이라 붙여놓은 것 또한 인간일 테니 공교로운 ‘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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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9년 <열린시학> 신인상
자유기고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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