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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박정이
순간 시혼詩魂의 시체는 하얀 무녀처럼 사라진다
무녀의 울음소리를 통역하는 적막은 허공의 끝에 생생하게 걸려있다
우주 쪽으로 새가 난다 숨 쉴 수 있는 허공의 심장은 허공으로 유영하고 새 한마리가 벽을 건너다 별이 된다는, 얼룩진 환상 꽃들이 사라져 별빛 속 무한대에서 다시 만난다는 신들의 막막한 약속, 빛 속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난 그 이후의 시간은 어둠 또는 빛, 뒤척이는 그리움으로 잠겨드는 어스름도 밍밍한 심장에 꽂힌 일도 뚜껑을 여는 햇살도 오직 지상의 일 초록, 그 눈빛 속의 짙은 그늘들을 안아 줄 일이다 한 뼘의 약속이 안개에 얹힌 울음처럼 어른거릴지라도 불협화음의 신성성은 오독될 수 없는 것 유형을 떠난 빛은 한곳에 머물 수 없지만 부스러진 말처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촉촉이 모이는 것 결코 눈감을 수 없는 꿈의 반대편에서 짓는 이슥한 웃음 네가 있어 휘우뚱하는 아름다움도 추함도 그것을 바라보는 눈길은, 끝없는 생생生生의 설문지 발가벗은 영혼들이 둥글게 부등켜 안고 거울처럼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생생의 울음소리를 내는 또 하나의 촛불처럼 얼룩진 거울을 닦아주면 되는 것이다
▶생의 어떤 사유를 죽음쪽으로 몸을돌려 바라본 나의 시작품세계관이다 그러면서 생생의 울음소리를 또 하나의 죽음의 얼룩진 세상에 비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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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9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
제9회 한국문협서울시 문학상
시전문잡지 <포에트리 슬램> 발행인 겸 편집주간
시집 『오후가 증발한다』 『여왕의 거울』 『그늘의 생존법』 외 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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