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문장
서정임
블랙 아이스를 밟았다 속도를 놓쳐버린 시간이 사정없이 미끄러지는 중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익명을 자처한 얼굴은 알 수가 없다 아는 얼굴이거나 모르는 얼굴이거나 눈송이 같은 문장을 쓰는 얼굴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얼굴
문장에 문장을 단 댓글은 냉혹함이었다 무차별 대중을 향한 이유 없는 분노를 휘두르는 칼끝의 번뜩임이었다
급브레이크를 걸었던 전신이 불길에 휩싸인다 눈앞이 캄캄해진 한 영혼의 발목을 무참히 자르고 지나가는 비명悲鳴
시원하게 내달리는 속도를 내주는 길은 언제 어디서나 한 번쯤 급속한 감속 운행을 요구한다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대책 없는 시간이 문장을 내린다 게재했던 문장을 무참히 내리쳤던 저 흔적 없이 사라지는 편향된 경도 막혔던 길이 뚫린다 그 신 없는 신앙 같은 블랙아이스가 비명碑銘을 세웠던 자리에 또다시 쌓이는 눈송이 같은 댓글들
▶SNS를 통한 악성 댓글은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가, 글이 난무하는 시대일수록 배려와 위로의 마음을 담은 선한 글들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
|
 |
|
| ⓒ GBN 경북방송 |
|
▶약력
2006년《문학 선》 등단 시집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 『아몬드를 먹는 고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