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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칸타빌레*
김세영
초승달로 돋아나서 잠자는 호수의 등을 밟고 가듯이 수초의 달그림자를 딛고 갈 거야
긴 여름 여문 해바라기 씨알 한 톨 한 톨, 들길에 뿌려놓고 깨금발로 되새기며 걸어갈 거야
동백이나 목련처럼 부푼 가슴살, 단칼에 도려내지 않고
달맞이꽃 봉오리, 차오르고 이울어지듯이 한 달에 한 잎, 백 년을 걸려서 떨어질 거야
달빛에 삭은 벼랑의 소나무, 천궁처럼 등뼈 휘어지게 하듯
밤마다 석별의 가슴앓이로 촛불처럼 조금씩, 사위어져 갈 거야
정선아리랑 실은 동강의 거룻배, 첼로 활의 안단테 보폭으로 달빛 잠방이며, 강을 건너갈 거야
그믐달 실눈, 한 올만 남을 때까지 한 겹 한 겹. 천천히 야위어 가듯이
극락강 건너가는 솜털 구름처럼 노을의 바람에 실려, 안단테 아니. 레퀴엠의 아다지오 보폭으로 되돌아보며, 뒷걸음으로 떠나갈 거야.
* 천천히 노래하듯이
▶칠십 중반에 들어서니 노을진 강변에 선 느낌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생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남은 시간을 덤이라고 생각하며 심저를 흐르는 첼로의 보폭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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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7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2016년 제9회 미네르바 작품상
계간 《시담》 편집인,
한국의사시인회 회장
시집 『하늘거미집』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물구나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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