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위안이다
박재화
살다보면
사람에 무너지는 날 있다
사람에 다치는 날 있다
그런 날엔혼자서 산을 오른다
해거름까지 오른다
오르다 보면
작은 멧새 무리 언덕을 넘나든다
그 바람에 들찔레 흔들리고
개미떼의 나들이도 보인다
그림자 없이 내려오는 숲속 순한 짐승들 어깨 비비는 소리 가득하여 사람에 무너지는 날에도
사람은 그립고
사람에 다치는 날에도
사람은 위안이다
▶살다보면 사람으로 하여 따뜻해지는 수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이 상처를 받는 것 같다. 때로는 의도치 않은 칼날에 서로 마음을 베이기도 하고-. 그런 날엔 무작정 숲정이를 오르곤 한다. 바람과 짝하여 잎새들이 춤추고 새들은 가지를 타며 지저귀는 곳. 눈길 떨구면 개미떼들이 어디론가 원정 나서는 곳. 이 모든 모습을 처연히 또는 무연히 바라보면 어느 새 마음의 파도는 잦아든다. 돌아보면 나는 얼마나 많은 손길에 기대어 여기까지 왔는가! 사람에 다쳤다고 하지만 그 상흔을 메워주는 이도 결국은 사람임을 절감한다. 하늘이 나를 어루만지실 때에도 종내는 사람을 보내시어 그리하시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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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84년 <현대문학> 2회 추천 완료로 등단. 기독교문학상, 성균문학상 등 수상. 시집 『도시(都市)의 말』 『우리 깊은 세상』 『전갈의 노래』
『먼지가 아름답다』 『비밀번호를 잊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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