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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대추나무 여자` / 박수빈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09일
대추나무 여자


박수빈




대추나무집으로 이사하던 날
꽃샘바람 부는 뜰에 다소곳하게 서 있던 여자
늦도록 겨울잠을 자던 여자

드디어 한 사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까
연둣물이 들고 엷은 손들이 벙싯 입을 벌리고
머리 어깨 무릎으로 노래를 하고
헤실헤실 웃으며 연신 귓속말하던 여자

지하 방에 꺼진 꽁초 뒹굴고
사내는 공원을 서성이거나 산으로 출근을 하고
온종일 노점에 쭈그려 바지락 팔던 여자

단단한 삶의 껍질 벗겨
등 굽은 사내의 따끈한 국밥이 되던 여자
몽실한 목도리 같던 여자

불룩해진 배를 앞치마로 감싸며
햇살 같은 아이들 다산하던 여자
가뭄의 시간에도
자식의 희망을 싸안고 있는 여자

속내와 땀내가 나에게
흐드러진 가지 늘어뜨려 몸 풀고 있다




▶봄에 대추나무는 잎이 늦게 납니다. 그러나 가을날 주렁주렁 열리는 열매를 보면 강한 생명력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대추나무에서 다산성 혹은 모성의 영감을 얻습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4년 시집 『달콤한 독』으로 문단 활동 시작
  <열린 시학> 평론 등단
  시집 『청동울음』 『비록 구름의 시간』
  평론집 『스프링시학』 『다양성의 시』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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