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눈
김명숙
그날 밤은 달빛도 숨을 죽였다 찰싹이는 파도만 간간히 귀청을 때리고 갔다 먼 곳의 낙지잡이 배인지 장어잡이 배인지 호롱불 같은 등불만 깜박이고 있었다 말없이 선창가에 앉아 술을 마셨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날 밤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꼴깍이며 넘어가는 쐬한 소주 한 모금마저 미안하다는 듯 호흡을 낮췄다 너무 고요하면 주위의 것들도 덩달아 침잠한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어둠은 얼굴을 가린 체 제 자리를 고수했고 우리는 말없이도 하나가 되었다 하늘엔 별이 총총, 은하계의 은하란 모두 이곳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하현달이 거금도를 넘어가기 전이었다. 별들이 아침을 불러오기 직전, 우리 중 제일 연장자인 이씨가 말을 꺼냈다 무음이었다.
짭조름한 갯내음이 훌륭한 안주거리가 되어준 밤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둠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전언이었다
▶고향은 언제나 그립고 가고 싶은 곳이다. 고향의 바닷가에서 밤의 전언을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밤의 맨살을 보고 말았다. 참 좋았다. 굳이 무슨 말이 필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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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1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 수상(동시 부문) 시집 『그 여자의 바다』 『내 마음의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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